내용은 찔끔, 표지만 바꿔 비싸게…중학교 문제집 물가 14% 뛰었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06:23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학원비 점검에 나선 가운데, 중·고등학교 학습서(사설 문제집) 물가가 크게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등학생 학원비가 약 1% 오를 때 고등 학습서는 9% 급등했고, 올해 들어선 중학교 학습서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9일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중학교 학습서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0% 급등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0%대 상승률을 보였으나 4분기 4.2% 오른 뒤 올해 들어 상승폭이 크게 확대했다. 고등학교 학습서는 지난해 3분기 10.0%, 4분기 6.5%, 올해 1분기 4.6%로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1분기 2.1%)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중·고등학교 학습서 물가는 정부가 점검에 나선 학원비보다 상승폭이 월등히 높다. 지난해 고등학교 학습서의 연간 가격 상승률은 9.0%로 고등학생 학원비(1.1%)의 9배에 달했다. 중학교는 지난해 학습서(1.3%)와 학원비(1.4%) 인상률이 비슷했으나, 올해 1분기엔 학습서(14.0%)가 학원비(1.8%)의 7.7배로 뛰었다. 올해 3월 기준 고등학교 학습서 물가지수는 138.78(2020년=100)로 석유류(133.21)보다 높았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지난해는 ‘2022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가 중·고등학교 각 1학년생을 대상으로 보급된 시기였다. 올해는 중·고등학교 각 1·2학년생들이 새 교과서를 쓰고 있다. 새로운 교과서가 나온 만큼 학습서도 전면 개편돼 가격이 올랐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직전 교육과정인 ‘2015 교육과정’ 도입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학습서 물가 상승폭은 상당히 크다. ‘2015 교육과정’으로 새 교과서가 단계적으로 도입된 2018~2019년 학습서 물가 상승률을 보면, 2018년 연간 상승률이 중학교(1.4%)와 고등학교(1.8%) 모두 1% 대였다. 2019년에도 중학교는 4.8%, 고등학교는 2.7%였다. 고등학교 학습서는 2022년(5.5%)부터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국가교육위원회 관계자는 “2022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는 지난해부터 보급이 됐다”며 “2022년엔 2015 교육과정의 교과서를 썼는데, 교과서 수정·보완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수정·보완은 교과서 내용 중 일부를 개선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교과서가 조금만 바뀌어도 학습서는 표지까지 교체해 가격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중·고등학교 학습서 물가는 2011년부터 한 번도 내린 적이 없었다.

학습서가 교과서 보완재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가격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문제집은 가정에서 학습하는 용도보다 학원 교재로 소비되고 있다. 고등 문제집은 학교에서 교과서를 대체하거나 부교재로 사용되며 교과서 지위까지 올라왔다”며 “민생경제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차원이라면 문제집 가격에 대한 점검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관리 품목 가운데 하나로 학원비를 선정해 점검을 하고 있으나 학습서는 아직 관리 대상에 올리지 않은 상태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이날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학원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학원비 물가가 소비자 물가보단 상승률이 낮지만 모의고사비 등의 편법으로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잡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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