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센티브 없는 물가 정책 한계…지속 가능성 의문

경제

뉴스1,

2026년 4월 10일, 오전 06:30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과 과자가 진열되어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환율과 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며 물가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물가 상승 압력과 소비심리 둔화가 우려된다며 범정부 비상 대응 체계를 총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4.6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민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적 개입은 필요하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지금처럼 가격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접근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출렁이며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여기에 포장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원가 압박은 전방위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가격 인상은 사실상 제한돼 있다.

결국 기업들은 수익성을 희생하는 선택으로 내몰린다. 문제는 이 같은 수익성 악화가 단순한 실적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개발(R&D)이나 설비 투자·인재 채용 등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투자부터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정책의 역설이 발생한다. 가격을 억눌러 단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더라도 기업의 체력이 약화되면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투자 축소는 생산성 저하로, 고용 위축은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소비 여력을 떨어뜨린다.

결국 가격 억제 중심 정책은 단기 처방에 그칠 뿐이다. 인센티브 없이 기업의 부담만 늘리는 구조로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과 고용 기반을 동시에 훼손할 가능성도 크다.

이제는 정책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물가 안정에 동참한 기업에는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 물류비 보조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비용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가격을 억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지속해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해 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물가를 잡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가격 통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가격 인하에 협조한 기업에 대한 보상 없이 부담만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물가 관리가 어렵다. 이제는 인센티브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기업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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