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TRX)이 하락장에서 덜 흔들리는 이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2일, 오전 08:06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암호자산 시장을 오랜 기간 유심히 관찰해 온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특이한 현상을 목격했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대다수의 알트코인이 공포에 질려 동반 급락하거나 혹은 일제히 폭등할 때 유독 시장의 지배적인 흐름과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는 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코인이 시장의 흐름에 종속되어 출렁일 때, 마치 자신만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거나 오히려 역방향으로 나아가는 코인이 보인다. 시장이 무너질 때 상대적으로 견고한 하방 지지력을 보이고, 정작 강한 상승장이 펼쳐질 때는 의외로 완만하고 무거운 흐름을 유지하는 이 독특한 코인의 이름은 바로 TRX다.

엄밀히 말하면 트론(TRON)은 ‘네트워크’이고, 그 네트워크에서 움직이는 코인이 TRX라고 부르는 암호자산이다. 마치 이더리움과 이더의 관계가 트론과 TRX의 관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들은 종종 TRX를 두고 “시장과 따로 노는 코인”이라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우연이나 일시적인 왜곡으로 보는 것은 시장의 이면에 흐르는 거대한 실질 수요의 메커니즘을 간과해서 나오는 얘기다.

TRX의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는 다른 암호자산과 동일한 변수 위에 놓여 있지 않다. 오히려 실물적인 경제 흐름, 특히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자금의 대이동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 ‘인프라형 자산’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반적인 암호자산의 가격 형성 원리와 TRX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고찰해 보아야 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대부분의 코인은 본질적으로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를 평가 요인으로 삼는다. 특정 기술의 확장성, 네트워크 효과의 잠재력 혹은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에 대한 스토리가 강화될 때 가격이 폭등한다. 반대로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스토리의 동력이 약화되면 가격은 빠르게 하락한다.

즉 대부분의 코인은 미래의 성장을 미리 당겨와 현재의 가격에 반영하는 투기적 자산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TRX의 지난 몇 년간의 행보를 살펴보면 이러한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TRX는 한때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글로벌 시가총액 10위권을 공고히 유지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상승이 사람들의 기대나 유행 때문에 잠깐 오른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상승한 결과라는 것이다. 오히려 트론(TRON) 네트워크 실사용 기반의 점진적이고도 꾸준한 확대를 통해 이뤄졌으며, 이는 가격이 ‘기대’가 아닌 ‘수요’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챗GPT)
이 변화의 중심에는 테더(USDT)의 비약적인 성장과 그에 따른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구조적 분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더이상 단일한 경쟁 구조가 아니며, 사용자들의 목적에 따라 극명하게 이원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하나는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하는 영역이다. 여기에는 거대 기관의 자금과 복잡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디파이(DeFi) 생태계 그리고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가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 영역은 높은 가스비(수수료)와 네트워크 혼잡도라는 장벽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TRX의 독보적인 위치가 형성된다.

트론(TRON)은 개인 간 송금, 해외 결제, 그리고 거래소 간 유동성 공급이라는 실무적 영역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현재 유통 중인 전체 USDT 중 절반에 육박하는 물량이 트론(TRON) 네트워크(TRC-20) 기반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를 명확히 뒷받침한다. 트론(TRON)은 이제 단순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넘어 전 세계를 연결하는 ‘디지털 달러의 고속도로’이자 국경 없는 결제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TRX의 가격 움직임을 해석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트론(TRON)에서 거래를 하려면 비용이 들며 이는 TRX를 사용해 지불하거나 스테이킹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TRX는 소각돼 시장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람들이 트론을 많이 사용하면서 사라지는 TRX가 새로 만들어지는 양보다 더 많아졌다. 결국 TRX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드는 구조가 됐고 이것이 가격을 지탱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는 시장 전체가 하락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더라도, 실생활에서의 송금 수요나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 이동이 지속되는 한 TRX의 공급량은 줄어들고 가치는 견고하게 유지되는 하방 경직성을 만들어낸다.

오히려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해 투자자들이 변동성 자산을 매도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때, USDT의 전송량은 폭증하게 된다. 이는 트론(TRON) 네트워크의 가동률을 높이고 TRX의 소각량을 가속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하락장에서 TRX가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대로 상승장에서는 자본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고변동성 자산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USDT)은 자산 매수를 위한 단기적인 통로로만 기능할 뿐 네트워크상에서의 지속적인 체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결국 TRX는 견고한 인프라 자산으로서의 지위는 유지할지언정, 폭발적인 투기적 자금의 유입에서는 소외되며 완만한 흐름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즉, TRX는 시장을 거스르는 예외적인 자산이라기보다 투자자의 심리적 변수 외의 영역인 ‘자금의 물리적 이동 구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자산으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TRX의 가격이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달러 유동성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유동성 지표로 기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트론(TRON)의 이러한 지위가 영원히 보장된 성역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시장 환경의 변화는 끊임없이 트론(TRON)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솔라나(SOL)는 압도적인 처리 속도와 더 낮은 비용을 앞세워 스테이블코인 결제 및 정산 영역에서의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더리움의 레이어2 솔루션 또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며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장기적으로 트론(TRON)의 네트워크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다.

또한 글로벌 규제 당국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감시 강화, 트론(TRON) 네트워크를 둘러싼 중앙화 논란이나 창업자 저스틴 선(Justin Sun)의 법적 리스크 등은 언제든 트론(TRON)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존재한다.

결국 트론(TRON)은 암호자산 생태계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대다수의 코인이 투자자들에게 “언제 사고 팔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변동성의 대상이라면, TRX는 우리에게 “돈이 실제로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산이다.

현재 TRX의 가격에는 글로벌 유동성의 전송 인프라로서 쌓아 올린 수년간의 신뢰가 쌓여 있다. 이는 현재의 구조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매우 안정적인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향후 5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트론(TRON)이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더 신속하고 저렴한 ‘달러 이동의 자유’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TRX의 가격은 시장의 감정적 동요나 투기적 쏠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거대한 자본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이다. TRX는 이제 투자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금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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