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지속가능성, 과잉진료 관리에 달렸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2일, 오후 03:27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소유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으로, 2025년 말 기준 전체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2650만 명이 가입했다. 자동차보험의 재원은 오롯이 가입자의 보험료로 충당된다. 매년 오르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지금, 보험 재정을 안정시켜 보험료 인상을 막는 것은 모든 가입자를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 자동차 기술을 발전시키고 안전 운전 문화를 정착시켜 사고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보험 재정을 낭비없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소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무분별한 장기 치료 관행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지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접촉 급정거 사고임에도 200회 통원 치료를 받으며 1300만 원의 치료비를 사용하거나, 단순 염좌로 500일간 치료를 받는 극단적인 사례는 보험 재정의 누수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의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중심에는 상해 등급 12~14급(염좌, 타박상 등)에 해당하는 경상환자의 치료비 급증이 있다.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자동차보험 사고로 인한 부상자 중 94.3%가 경상환자였으며, 이들의 치료비는 2019년 1조 원에서 불과 5년 만에 2024년 1조 4,000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산술적으로 매년 800억 원의 비용이 늘어난 셈이며, 이는 고스란히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경상환자가 통상적인 회복 기간인 8주를 초과하여 치료받을 경우, 전문 기구의 의학적 검토를 통해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자동차보험의 재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동차보험료의 상승으로 인한 가입자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8주라는 기간이 모든 환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어 정당한 치료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무조건적인 치료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경상환자의 92%는 8주 안에 치료가 종결되고 있다. 나머지 8%의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중립적인 의료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기구의 의학적 판단을 통해 추가적인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번 개편은 대다수 가입자의 불편은 거의 없으면서 과잉 진료는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가입자의 미충족 의료요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경상환자에 대한 정의 및 기준도 의학적으로 다시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기구의 심사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객관적인 의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심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 또한 명확하게 마련되어야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불필요한 치료를 방지하고 초기 치료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 강화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을 통하여 자동차보험 재정을 안정화시켜 가입자 전체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한정된 보험 재원을 꼭 필요한 환자에게 더욱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번 개편은 정당한 치료를 막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보험 재정이 꼭 필요한 곳에 지출될 수 있도록 하여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목적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제안된 제도적 보완들이 충실히 이루어진다면, 이번 개편은 자동차보험이 국민 전체의 신뢰 위에서 유지되는 지속 가능한 제도로 거듭나는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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