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고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인 40조5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증권사들의 연간 추정치(300조원)를 감안할 경우 많으면 45조원 넘는 성과급을 반도체 직원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메모리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많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쓰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SK하이닉스를 의식하며 성과급 확대를 요구했다가, 이제는 그보다 더 큰 규모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영업이익의 15%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투자(37조7000억원)보다 더 많다. 미국 빅테크 경쟁사들이 수익을 차세대 반도체 투자와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더 나아가 2016년 하만 인터내셔널 인수 가격(약 9조원), 2025년 플랙트 그룹 인수 가격(약 2조4000억원) 등 최근 삼성전자의 주요 인수합병(M&A) 규모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주요 기업들을 인수해 관련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각국 규제 경쟁당국의 독과점 우려 탓에 결국 무산됐지만, 2020년 당시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인수하려고 했던 금액은 반도체 역사상 최대인 400억달러(당시 약 48조원) 규모였다. 또 2022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금액이 440억달러였다. 인공지능(AI) 미래 투자가 시급한 와중에 천편일률적으로 전 직원에 지급하는 성과급 재원에 너무 많은 돈을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업계 한 전문가는 “성과급 체계는 해외 경쟁사에 빼앗길 수 있는 소위 S급 인재들에게 훨씬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그런데 노조는 모든 직원들에게 비슷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하다 보니, 성과급 재원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그 효과는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AI 격변기에 걸맞는 새로운 성과급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삼성전자 특유의 노노(勞勞) 갈등 우려도 크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중심의 SK하이닉스와 달리 메모리 외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반도체 설계),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네트워크장비, 의료기기 등 훨씬 더 많은 사업을 한다. 반도체(DS)부문 외에 완제품(DX)부문 직원들의 사기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가입자 7만여 명 중 DS부문 소속은 5만5000여명일 정도로 반도체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노조는 오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5월 21일~6월 7일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 공장이 멈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가 이제야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는데, 노조가 강경 일변도로 나간다면 국가 경제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총파업까지 가기 전에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