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발굴에 국경 없다”…英 VC가 韓스타트업에 눈 돌린 이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3일, 오전 11:01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최고의 창업자는 특정 지역이 아니라, 예상 밖의 곳에서 나온다."

영국 기반 벤처캐피털(VC)인 크레인벤처파트너스가 한국 시장과의 접점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이 운용사는 최근 아시아태평양(APAC) 펀드를 출범시키며 투자 무대를 글로벌로 확장했고, 한국 정부 산하 벤처투자 기관인 한국벤처투자협회(KVIC)와의 협력을 계기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연결도 강화하고 있다.

단순한 지역 확장을 넘어선 움직임으로, 반도체·AI 인프라 등 딥테크 영역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창업자를 선별해 초기부터 동행하는 전략을 앞세우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기회를 적극 탐색하고 있다.

크레인벤처파트너스를 이끄는 크리슈나 비스바나탄 대표는 "천재는 국경을 모른다(genius knows no borders)는 철학 아래 특정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전 세계에서 유망한 초기 창업자를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며 "이미 검증된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는 원석에 먼저 베팅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크레인벤처파트너스의 크리슈나 비스바나탄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사진=크레인벤처파트너스 제공)




◇“다이아 원석에 베팅”…완성되지 않은 기업만 속속

크레인벤처파트너스는 2015년 설립된 시드~시리즈A 중심 딥테크 전문 VC다. 현재 9억달러(약 1조3788억원) 규모의 운용자산을 굴리고 있으며, 유럽을 기반으로 최근 아시아태평양(APAC)과 미국까지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와 컴퓨팅, AI 인프라 등 이른바 기술 기반 영역(foundational technology)에 집중 투자하면서 주목받았다.

크레인벤처파트너스가 설립 10년만에 1조원이라는 AUM을 달성할 수 있던 이유로는 명확한 딥테크 투자 기준이 있다. 회사는 반도체와 컴퓨팅, AI 인프라처럼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영역일수록 단기 성과보다 창업자의 문제 해결 능력과 장기 비전을 더 중시한다. 호흡이 길지만, 확실한 투자를 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기업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원석에 먼저 베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스바나탄 대표는 딥테크 투자에 대해 '시간과 자본, 인내가 함께 필요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부터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기술 개발과 시장 검증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짜고, 투자 이후에도 채용과 고객 발굴, 사업 전략 수립까지 깊이 관여한다"며 "딥테크 투자는 기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함께 성장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철학은 반도체 딥테크 스타트업이자 한인 창업자 정서호 대표가 이끄는 스위스의 카이랄나노 투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비스바나탄 대표는 한국벤처투자(KVIC)의 연결로 알게 된 카이랄나노를 단순히 검토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취리히로 날아갔다. 본사에서 창업자와 공동창업자들을 만나 기술과 팀을 확인했다. 여기서 이미 작동하는 프로토타입과 향후 세대(Gen2·Gen3)로 이어지는 로드맵, 그리고 반도체 장비 시장 내 확장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투자 결정을 내렸다.

그는 "초기 자금 규모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라운드를 키워 최소 2~3년간 기술 개발과 사업 검증을 동시에 이어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다"며 "투자 이후에도 채용, 고객사 연결, 시장 진입 전략까지 깊이 관여하며 단순 투자자가 아닌 ‘공동 창업자에 가까운 파트너’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크로스보더 투자 시동…APAC 펀드로 한국까지 확장

크레인의 전략은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APAC 펀드는 싱가포르와 인도를 거점으로 한국·일본·호주 등 주요 시장을 아우르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지역 다변화가 아니다. 창업자의 국적이나 본사가 아닌 ‘글로벌 확장성’을 기준으로 투자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이다.

비스바나탄 대표는 "AI 확산으로 창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이제는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든 기술 기반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중요한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크레인은 특히 KVIC와의 협력을 계기로 국내 스타트업 및 연구 네트워크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기술 인력과의 연결도 강화하고 있다.

향후 투자 방향도 명확하다.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하기보다 글로벌로 확장 가능한 창업자를 중심으로 선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스바나탄 대표는 이에 대해 "한국이든 다른 지역이든 '넥스트 카이랄나노'가 있다면 언제든 투자할 것"이라며 "한국 창업자들의 집요함과 실행력, 글로벌 지향성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크레인은 한국 투자뿐 아니라 기관투자자(LP)와의 협력 확대에도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비스바나탄 대표는 "한국은 역동적인 기술 생태계를 갖춘 시장으로, 이 지역의 창업자, 투자자, 파트너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국 벤처 및 혁신 커뮤니티와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을 더욱 심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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