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하나은행·KB카드 콜센터 노조 ‘사용자성’ 인정에 금융권 셈법 복잡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3일, 오후 07:11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KB국민은행·하나은행과 KB국민카드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콜센터(고객센터) 하청 노동조합에 대해 ‘사용자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금융업계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영향권에 들어왔다. 금융사가 하청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고 근로조건을 직접 협의·결정하게 되면서 금융사는 인건비 절감과 ESG 경영 차원에서 ‘균형점’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하청 노조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국민·하나은행, KB국민카드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에 대해 “고객센터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악성 민원을 사전 차단·통제하는 등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의 개선에 관한 교섭의제에 대해 원청 금융기관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다”며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국민·하나은행과 KB국민카드는 고객센터 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해 단체교섭을 해야 하고, 대화를 통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협의·결정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두고 ‘노란봉투법’의 영향이 가시화됐다고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하청 노조와 원청이 직접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 국민·하나은행과 KB국민카드 하청 노조는 지난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 여부를 밝혀달라고 신청했고, 한 달 만에 “사용자성을 인정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당장 사용자성 인정을 받은 금융사들에서는 “이제 막 결과를 받았다”면서 판정에 따라 하청 노조와 소통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하청 노조와 자율적인 협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결론이 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당장 어떤 접촉이나 소통을 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들도 하청 노조와 소통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협상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에 다른 금융사들도 선제 대응이 필요한지 검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주요 시중은행인 국민·하나은행의 사용자성이 인정돼 다른 금융사도 같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 결정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아직 직고용 전환이나 별도의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법령과 판례, 유사사례를 고려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KB금융지주의 경우 양종희 회장이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콜센터 처우개선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언급하는 등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하청 노조에 대한 선제적인 처우 개선, 일부 직고용 전환 등을 거론하지만 최근 금융지주들이 전사적인 고정비 절감에 나서고 있어 쉽지만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KB금융지주는 종업원급여, 일반관리비 증가율을 지난해 1%대로 관리해 그룹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을 39.3%로 낮췄다. 지난 2020년 54.7%에서 2024년 40.7%, 2025년 39.3%로 계속 줄여가는 추세다. 각 금융지주 계열사가 희망퇴직을 늘리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CIR를 낮춰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다.

이에 은행들은 CIR 관리와 현 정부의 ‘노동친화’ 기조, ESG경영 차원에서 균형점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효율성과 구성원의 권익 보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양쪽의 균형을 찾아 합리적인 대응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며 짚었다.

이런 가운데 원청 금융사와 하청 노조와의 협상 상황은 비밀에 부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측과 노조 간 협상 내용이 새어나갈 경우 여론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데다 협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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