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협상 결렬에 환율 1500원 '재위협'…유가까지 덮친 스태그 공포

경제

뉴스1,

2026년 4월 13일, 오후 06:01


미국과 이란의 첫 최고위급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다시 1500원대 재돌파를 위협받고 있다. 휴전 기대에 1470원대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협상 결렬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로 1490원 안팎까지 상승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방으로 최대 1530원까지 열려 있다고 보면서도, 극단적인 쏠림 가능성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는 동시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해 기업 비용 상승과 수출 경쟁력 약화,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협상 결렬 여파로 12.9원 오른 1495.4원으로 출발했다가 낙폭을 일부 줄이며 전일 주간종가 대비 6.8원 오른 1489.2원에 마감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첫 대면 종전협상은 21시간 마라톤 끝에 결렬됐다. 미국 측 대표인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 포기 확약을 거부했다고 밝혔고, 이란은 미국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맞섰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전쟁 피해 배상 등을 두고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밴스 부통령은 "최종이자 최선의 제안을 남기고 떠난다"며 재협상 여지를 남겼으나, 4월 8일부터 시작된 2주 휴전의 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협상 결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미 해군은 즉시 호르무즈 해협을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대한 봉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원유 수출로를 완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중동 지정학 불안감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휴전에 급락했던 환율, 다시 1490원선 올라서…"1530원 전고점은 안넘을 것"
앞서 달러·원 환율은 2주 휴전 합의가 발표된 4월 8일 하루 만에 1530원대에서 1470원대로 60원 가까이 급락했다. 그러나 협상 결렬로 이 흐름이 단숨에 되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다만 시장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1500원 재돌파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미국이 이 전쟁에서 더 이상 얻을 게 없고 협상 테이블을 어렵게 만들어 왔기 때문에 협상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 협상 당시 최고치였던 1530원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 이란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가 관건이고, 이란이 홍해 바브 만엘레브 해협까지 봉쇄하는 강경책으로 나오면 그때는 시장이 다시 놀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현재 1480원 후반 레벨에서는 하방보다 상방을 더 열어두고 대응하는 게 맞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부정적 서프라이즈가 발생했음에도 시장이 극단적으로 가격을 반영하는 양상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고점인 1530원까지는 열려 있지만, 추가 이벤트를 관망하는 분위기 속에서 제한적인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상 관련 뉴스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이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주 달러·원 환율 밴드로 1450~1520원을 제시했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역 봉쇄를 예고하며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는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6.4.13 © 뉴스1 최지환 기자

유가 100달러 재돌파·성장률 반토막 전망도…스태그 경고음 커진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고환율에 더해 고유가 기조도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이날 장 초반 8%대까지 급등했다가 현재는 6%대 상승 중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103달러선, 브렌트유 6월물은 101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에너지 순수입 의존도가 90% 내외에 달하는 한국은 유가 상승 충격에 일본·대만과 함께 가장 취약한 국가군으로 꼽힌다.

프랑스 투자은행(IB) 나틱시스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0%로 0.8%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포함된 국내외 40여 개 기관 중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반까지 끌어내린 것은 나틱시스가 처음으로,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2.0%)의 절반 수준이다.

나틱시스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 국가들이 중앙은행들이 도울 수 없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며 "아시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나틱시스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끝났다"며 "중앙은행이 결국 금리를 인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한은은 지난 10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 대응이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일부 제한하고 있지만, 달러·원 환율과 유가의 동반 상승 여파로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협상이 장기화되면 한국은 두 가지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며 "국제유가와 달러·원 환율이 동반 상승해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수요 통제 영향으로 경기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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