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AI 혁명 뒷걸음…삼전·현차 파업 땐 미래도 멈춘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4일, 오전 05:43

[이데일리 김정남 정병묵 박원주 기자] 산업계 ‘춘투’(春鬪) 리스크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는 것은 마치 연례 행사처럼 머리띠를 두르는 자동차, 조선 외에 반도체까지 파업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3월 정도면 노사 협상을 마무리했던 삼성 관계사들이 올해는 유독 노조의 도를 넘는 압박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4~5월 교섭 테이블을 연 후 ‘하투’(夏鬪)로 이어지는 자동차, 조선 등과 파업 시기가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노조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 의뢰

삼성전자는 노조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중대한 범죄로 보고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특정 직원이 임직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미가입자를 식별하려는 부적절한 시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개인의 신념과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민감 정보인 노조 가입 여부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하거나 명단화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특정인을 식별해 명단을 만드는 행위는 불참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고 실질적인 불이익을 예고하는 행위”라며 “파업 참여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했다. 또 블랙리스트 작성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등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 산업계 인사는 “그만큼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압박이 거세다는 방증”이라며 “노조가 5월 총파업을 강행해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린다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하면 협력사들도 줄줄이 파업하는 심각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 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파업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원·하청 동시 파업 압박 받는 현대차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완성차 원청 노조는 하청 노조와 함께 파업을 카드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는 현대차 및 계열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을 시 오는 7~8월 원·하청 노조가 동시에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금속노조의 원청 교섭 추진 단위 조합원의 78%가 현대차그룹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외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GM 등 하청노조도 원청에 교섭 요구 공문을 수차례 발송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차 원청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는 경기지부 현대차남양비정규직지회, 전북지부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충남지부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현대차비정규직지회(울산) 등이다. 4개 지회 조합원 수는 878명, 조합원이 속한 하청업체 수는 44곳이다. 현대차 하청업체만 해도 약 8000여곳이 넘어서, 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파업은 아틀라스발(發) 인공지능(AI) 혁신을 뒷걸음질 치게 할 수 있다.

또 다른 재계 고위인사는 “올해는 삼성과 다른 전통 산업들의 파업 시기가 겹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노란봉투법이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했다.

◇“필수공익사업 지정해 리스크 없애야”

문제는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국가 경제 영향력이 워낙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반도체(38.1%)와 자동차·부품(9.5%)의 수출 비중은 합산 47.6%에 달했다. 철강 등 관련 산업들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높아진다. 반도체와 자동차 공장이 멈추면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 월별 증감률(전년 동월 대비)은 102.8%→160.6%→151.4%에 달한다. 산업계 충격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특히 사실상 국가안보산업으로 떠오른 반도체에 대해서는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조가 파업해도 필수 인원들은 근무하면서 공장 셧다운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팔수공익사업은 철도, 항공,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석유공급, 병원, 혈액공급, 화폐, 통신 등이다. 정부는 2006년 12월 당시 조종사 파업으로 수천억원대 수출 피해가 발생하자, 항공을 필수공익사업에 추가한 적이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의 장중머우 창업주는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빠른 기술 변화,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 글로벌 공급망 영향력 등 반도체 산업 특성을 감안해 노조 리스크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인텔 역시 반도체 속도전의 배경으로 무노조 경영을 꼽고 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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