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투톱 '반·차' 올 봄 동시 파업 공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4일, 오전 05:42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산업계가 전례 없는 ‘춘투’(春鬪)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 노조들의 파업 압박이 자동차 등 다른 업종의 전통적인 쟁의 시기와 겹치면서, ‘수출 투톱’의 공장이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보 자산으로 격상된 반도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13일 이데일리가 산업통상부의 수출 통계를 분석해보니, 반도체 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31.2%) 30%를 돌파한 이후 2월(37.4%)과 3월(38.1%) 모두 상승했다. 반도체의 수출 기여도는 현재 역대 최고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 비중은 34.8%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공급망 관련 ICT 수출까지 더하면 70% 안팎에 이르지만, 한국 역시 ‘반도체의 나라’ 대만처럼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기간 자동차·부품의 경우 11.2%→11.7%→9.3%→9.5%로 10% 안팎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만 더해도 전체 수출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산업계 한 고위인사는 “철강,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관련 산업들을 함께 봐야 한다”며 “반도체와 자동차가 사실상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문제는 올해 삼성발(發) 춘투 위기감이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 계열사들은 통상 전년 말부터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3월께 노사 교섭을 끝냈는데, 올해는 삼성 관계사 노조들이 오히려 산업계 연쇄 파업의 선봉에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통상 4~5월께 교섭을 시작해 ‘하투’(夏鬪)로 이어지는 자동차, 조선 등과 파업 시기가 겹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는 최근 현대차 및 계열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을 시 7~8월 원·하청 노조가 동시에 파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수출 투톱의 공장이 동시에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파업 리스크가 커지면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 철수설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투자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7월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설문 결과를 보면, 제조업 외투기업의 응답 기업의 64.0%는 한국의 노동시장을 두고 ‘경직적’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반도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안보산업인 반도체 공장이 멈추면 수십조원대 손실과 글로벌 공급망 마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이 정한 필수공익사업은 철도, 항공,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석유공급, 병원, 혈액공급, 화폐, 통신 등이다. 실제 정부는 2006년 12월 당시 조종사 파업으로 수천억원대 수출 피해가 발생하자, 항공을 필수공익사업에 추가한 전례가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만에 지진이 나면 세계는 공급망 핵심인 TSMC의 안전 여부부터 본다”며 “반도체 산업을 공익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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