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2026.3.31 © 뉴스1 이호윤 기자
한국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5년 사이 7.6%포인트(p)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락폭이 가장 크고 속도도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여성 청년층 참가율은 25.1%p 급등해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고학력 여성의 노동공급 확대로 청년층 내 경쟁구조가 변화한 가운데, 고령층 증가와 인공지능(AI) 확산이 청년층 전체의 노동시장 진입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윤진영 과장·오영식 조사역·오삼일 팀장은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BOK 이슈노트: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남성 청년층(25~3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p 하락했다. 반면 동일 연령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같은 기간 52.4%에서 77.5%로 25.1%p 상승했다.
국제 비교에서는 한국 남성 청년층의 참가율이 1995년 93.3%로 OECD 평균(93.5%)과 엇비슷했으나, 2024년에는 82.6%까지 하락해 OECD 평균(90.6%)을 8%p 가까이 밑돌았다. 1995~2024년 사이 한국의 하락폭(-10.8%p)은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전문직 여성 급증에 사무직은 추월…남녀 경쟁구조 재편
세대별로는 밀레니얼 세대(1981~95년생)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 저하가 30대 후반까지 이어지는 특징을 보였다. X세대(1966~80년생)도 베이비붐 세대(1951~65년생)와 격차를 유지하다 40대 후반에 와서야 근접하는 모습이다.
하락의 형태별로는 '쉬었음'과 '취업준비'의 증가가 참가율 하락 대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고학력화와 가사분담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한국에서는 이 두 요인의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나 국내 고유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경제활동참가율 변화를 코호트 효과·시간효과·연령효과로 분해하는 코호트 분석을 통해 원인을 세 갈래로 규명했다. 여기서 코호트 효과란 동일 출생연도 집단이 공유하는 고유한 노동시장 참가 성향을 의미하며, 시간효과는 산업구조·노동시장 제도 변화에 따른 영향을 포착하는 개념이다.
첫째 요인은 4년제 이상 고학력 여성의 노동공급 확대에 따른 청년층 내 경쟁구조 변화다. 분석 결과, 1991~95년생 4년제 이상 학력 남성의 경제활동참가 확률은 기준그룹(1961~70년생)에 비해 15.7%p 하락했다. 반면 같은 학력의 여성은 10.1%p 상승했다.
4년제 이상 학력 청년층에서 남성 경제활동인구 대비 여성 비율은 2000년 51.5%에서 2025년 95.5%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전문직에서는 남녀 취업자 비율이 이미 1대 1 수준에 도달했고, 사무직에서는 여성 취업자가 남성을 추월해 113.8%에 달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노동공급이 다양화되는 과정으로, 인적자원의 효율적 재배분을 촉진하고 기업과 근로자 간 매칭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진영 한은 조사국 과장은 브리핑에서 "경쟁하는 사람이 늘어났는데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경로 자체가 위축된다면 타격을 받는 계층의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은행 제공)
고령층이 '좋은 일자리' 선점하고 AI는 '엔트리 업무' 대체
두번째 요인은 산업구조 변화다. 제조업·건설업을 중심으로 중·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초대졸 이하 남성의 노동공급 확률이 2000년 대비 2025년 2.6%p 낮아졌다.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이 저학력 남성에게는 불리하게, 저학력 여성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셋째이자 가장 최근에 부각된 요인은 고령층 증가와 AI 확산이다. 2004~2025년 고령층 고용률은 12.3%p 높아졌는데, 상승분의 103.6%가 관리직·전문직·사무직 등 고학력 일자리에 집중됐다. 고령층 근로자가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먼저 채우면서 세대 간 구축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확산의 영향도 직접적으로 확인됐다.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전후 4년간(2022년 2월~2026년 2월) 15~29세 일자리가 25만 5000개 감소했는데, 이 중 AI 고노출 업종에서만 25만 1000개(98.3%)가 줄었다. AI가 청년층이 주로 맡는 정형화된 엔트리 레벨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이 OECD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한 것은 성별·세대 간 경쟁 심화가 제로섬적 재분배로 귀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청년층이 수월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 과장은 "여성들의 진입으로 남성의 노동력이 대체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최근 AI 기술 확산이나 고령층의 취업자 증가가 청년층 전체 파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 청년 지원책에 그치기보다 정규직 대기업 중심의 1차 노동시장이 가진 과도한 고용보호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등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