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확산, 경력직 선호 등으로 청년층 일자리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크게 늘며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성별·세대 간 경쟁 심화가 서로의 일자리를 빼앗는 문제가 되지 않도록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제도적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남성 청년층 노동시장 이탈 가속…선진국보다 가팔라
14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청년층(25~34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포인트 하락했다. 25세 이상 전체 연령 구간 중 가장 큰 낙폭으로, 35~5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90%대를 유지 중인 모습과 대조적이다.
반면 동일한 나이대 여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같은 기간 52.4%에서 77.5%로 25.1%포인트 급등했다.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61.2%에서 64.5%로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남성 청년층만 유독 노동시장 이탈이 두드러진 셈이다.
특히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이탈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도 감소세지만, 같은 기간 93.2%에서 90.6%로 2.6%포인트 줄었다.
연구진은 이같은 남성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이 고령층과 여성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확대, 인공지능(AI) 확산이 맞물린 영향이라고 봤다.
윤진영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과장은 “고학력 여성의 노동공급이 늘어나면서 동일한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 강도가 과거보다 세졌다”고 짚었다. 더불어 고령층(55~64세)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AI 확산이 더해지며 전체 청년층의 신규 노동시장 진입 여건이 악화된 점도 남성 청년층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중·장년층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하락할 전망이다. 윤 과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낮으면 이후 노동공급을 늘리기 쉽지 않다”면서 “청년기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향후 중·장년층이 돼 다시 노동시장으로 복귀할 확률이 낮다”고 했다.
◇‘쉬었음’ 늘어나는 남성 청년들…“노동시장 진입 경로 넓혀야”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남성 청년층의 과반은 취업준비나 교육을 받는 대신 ‘쉬는 중’으로 나타났다. 취업 경쟁이 심화되고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면서, 구직 활동을 아예 단념했다는 분석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팀장은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은 여성 및 고령층 참여 확대와 맞물린 구조적 변화의 일부”라면서도 “특히 ‘쉬었음’ 비중이 과반을 차지했다는 점은 향후 노동시장 이탈이 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했다.
한은은 과거 남성 위주로 노동이 공급됐던 노동시장과 비교해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동시장의 전체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주요국 대비 빠르게 하락하는 점에 대해서는 원인과 배경을 점검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윤 과장은 “청년층이 취업 시장에 좀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확대하고,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적 노력은 물론 AI 확산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에 맞는 기술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청년층 노동시장 진입 경로 중 하나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