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달러에 다 먹혀…韓 입법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4일, 오후 08:29

[이데일리 서민지 기자]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핵심 인프라는 해외 기업에 선점되고 국내 시장은 결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대를 앞두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계속 지연될 경우 국내 지급결제 주권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통째로 넘겨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AI가 상품 탐색부터 구매 결정, 결제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경제의 핵심은 ‘초소액·고빈도 결제(Micro-High Frequency Payment)’다. 0.1초 단위로 수 원씩 처리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은 AI 에이전트 결제의 최적화된 수단으로 꼽힌다. 반면 평균 수수료가 결제액의 2.5% 수준인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등 기존 금융 인프라는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두나무, 카카오, 토스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시장 선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를 국가 핵심 산업으로 꼽은 강 교수는 “AI 에이전트 경제는 결국 AI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영역”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카카오페이가 AI에이전트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x402 재단’ 초기 멤버로 이름을 올린 것과 관련해 “글로벌 표준 생태계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역량을 쌓고 포지션을 선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AI 경쟁력 강화는 물론 향후 수익 창출 기반 확보에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x402 프로토콜과 같은 표준 전략에 대해서는 “프로토콜은 하나의 ‘매뉴얼’ 또는 ‘규칙서’ 같은 것으로 우리가 또 다른 규칙을 직접 새로 만들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새로운 프로토콜을 만들기보다 글로벌 표준에 들어가 그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 오픈소스 기반인 만큼 해당 표준 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얹고 국내 자산과 솔루션을 연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제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의 제도적 기반이 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여전히 표류 중이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입법 논의가 멈춰선 상태다. 우리 기업들의 AI에이전트 결제 시장에서 상용화하지 못하고 PoC(개념검증) 단계에서 머무는 이유다.

강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그 위에 담을 ‘원화 자산’이 아직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AI 기술만 잘 만들어서는 돈을 벌 수 없고 되려 수익 구조가 외부로 다 빠져나갈 수 있다”며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코드를 짜놓으면 이를 굳이 원화 기반으로 다시 바꿀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예금토큰’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은은 앞서 LG CNS와 함께 x402를 활용해 디지털화폐 자동결제 시스템 실증을 마쳤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인 만큼 CBDC와 병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CBDC가 활성화된 국가는 사실상 중국뿐이며, 그마저도 실사용은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는 이더리움, 솔라나 등 퍼블릭 체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며 “외국인 개발자가 한국은행 기반 예금토큰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결국 “핵심은 글로벌 생태계와 연결될 수 있는 자산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강 교수는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달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AI에이전트는 0.1초 단위로 수백·수천 번 결제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때 선택 가능한 수단이 달러 스테이블코인뿐이라면 결국 그걸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익도 중요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라며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는 동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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