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후보자는 직전까지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통화경제국장을 맡았으며, 영국 옥스포드대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역임했다. 40년 넘게 해외 학계와 국제기구 등에서 쌓은 명성과 거시경제·통화정책 분야의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발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청문요청 사유서에서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대한 뛰어난 통찰과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 탁월한 국제감각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통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적임자”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통화정책 수장으로서의 전문성과 정책 방향성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동 사태 이후 높아진 인플레이션 우려와 스테이블코인 도입 관련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 신상 관련해서는 외화 표시 자산과 다주택 등 재산 관련 지적과 해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지켜나갈지에 대한 소신 역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신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도 “기준금리는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단이기 때문에 금융안정만 고려할 수는 없으며 물가와 성장 흐름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한은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물가안정을 우선으로 하되 금융안정과 경기도 균형있게 고려하면서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금융과 실물은 밀접히 연계돼 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물가안정만 우선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기, 금융안정 상황 등을 포함한 경제 전체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기조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신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은 여전히 성장을 제약하는 높은 수준으로 추정되고 수도권 주택가격도 소득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금융안정뿐 아니라 실물경제 측면에서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고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예금토큰’ 강조
미래 통화 생태계에 대한 신 후보자의 구상도 주요 쟁점이다. 신 후보자의 전문 분야로, 그는 BIS 재직 시절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득보단 실이 크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단일성과 가치 유지를 훼손하며, 신흥국에는 자본 유출 및 통화주권 침해라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도입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화폐에 대한 신뢰 유지를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상업은행이 발행하는 ‘예금 토큰’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 화폐 로드맵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핀테크·가상자산 업계가 요구하는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식과 거리가 있어, 청문회에서 관련 입장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 외화자산과 다주택 관련 질문도
재산 관련 검증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해외 근무 경력이 길고 보수가 높은 국제기구·해외 연구기관에서 활동해온 만큼 △자산 형성과정의 적정성 △세금 신고의 투명성 △이해충돌 소지 등에 대해 꼼꼼히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서면 질의·답변에서 드러난 범위 내에서는 의도적인 불법·편법 의혹으로 비화될 만한 직접적 단서는 뚜렷하지 않다.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면 신 후보자 본인과 신고 대상 가족의 재산은 총 82억 4000만원으로, 이 중 55.5%인 45억 7000만원이 해외 금융자산 및 부동산이다. 특히 금융자산 대부분이 달러화 등 외화로 구성돼 있어, 외환당국 수장인 한은 총재로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환율이 상승할수록 후보자의 자산 가치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 후보자 측은 “40년 넘게 해외 대학과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며 형성된 자산으로, 고의적인 환차익 노림수나 투기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BIS에 따르면 신 후보자의 최근 5년간 연봉은 평균 10억원 수준으로, 스위스프랑으로 급여를 받았다.
미국과 서울 강남·종로에 집을 3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신 후보자는 다주택자 논란과 관련해서는 “공직 후보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 아파트와 종로구 오피스텔은 매물로 내놨다고 밝혔다. 국내 보유 부동산 중 서울 강남구 언주로 동현아파트와 관련해선 신 후보자 모친의 ‘무상거주’ 논란도 불거졌다. 10년 전 실거주 중인 모친에게 이 집을 사들이면서 모친을 세입자로 뒀다가, 전세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무상으로 거주하도록 했다는 점을 야당에서 문제 제기하면서다.
신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을 재가하면 이창용 한은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21일 새로운 총재에 취임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