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해지 증가 직격탄 맞은 중소형사, 수익성 반전카드 없어 M&A 시장서 외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전 05:30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예별손해보험과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등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소형사 생존이 어려운 구조로 매물 소화는 지연되고 있다. 보험업 전반에서는 손해율 악화와 유지율 하락으로 보험손익이 악화되는 가운데, 유동성 대응 능력에 따라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형사는 투자손익 악화와 자본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매물로 등장한 중소형사 실적·유동성 동반 악화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매각 7수생인 KDB생명은 지난해 111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204억원 순이익 대비 적자 전환했다. 금리·환율 등 대외 변수와 계리적 가정 변경 영향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이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같은 기간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및 청산 결정으로,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5월 122만건이 넘는 보험계약을 이전받기 위해 가교보험사인 예별손보를 설립했지만, 이후에도 469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손해율이 높은 장기보험 계약이 대거 이전되면서 영업 적자가 누적된 데다, 저비용·고보장 구조의 상품 비중이 높은 점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롯데손보는 보험손익 증가와 투자영업 안정화로 순이익이 5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9% 증가했다.

중소형사와 달리 대형사의 경우 자본력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생명보험 빅3(삼성·교보·한화)의 순익은 2조 7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감소에 그쳤고, 손보 빅3 역시 순익이 3조 78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9% 줄었지만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는 중소형사가 유동성 위기시 대응을 잘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격차는 유동성 대응 능력에서 갈린다. 중소형사는 보험계약 해지 증가에 따른 환급금 지급을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투자손익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과거 저금리 시기에 매입한 채권 자산이 금리 상승으로 평가손실(채권 가격 하락) 상태에 놓인 가운데, 환급금 지급을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손해를 보며 채권을 매각해 손실이 봤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사는 충분한 현금성자산을 바탕으로 이러한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중소형사의 지난해 투자 손익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며 이러한 흐름이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롯데손보와 예별손보는 해당 부문에서 합산 38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손보 빅3(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의 투자 손익은 2조2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해 격차를 보였다.

◇자본규제·손익 충돌로 예실차 확대 불가피

최선추정부채(BEL)와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은 서로 맞물린 구조다. 보험사는 미래 보험금 지급을 반영해 BEL을 설정하는데, 손해율을 낮게 가정해 부채를 적게 쌓을 경우 그만큼 CSM이 커지고, 반대로 보수적으로 반영하면 CSM은 줄어든다. 쉽게 말해 현재 BEL을 적게 잡을수록 미래 이익이 커 보이는 구조다. CSM은 일부를 상각해 보험손익에 반영한다.

다만 실제 손해율이 높아질 경우 그 차이는 예실차(예상보험금과 실제보험금의 차이) 확대로 나타나 보험손익 부담으로 이어진다. 최근 건강보험,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손해율 상승과 단기납 종신보험·저해지상품 해지 증가가 맞물리면서 이러한 부담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자본 규제인 지급여력비율(K-ICS)과도 맞물린다. 보험사가 손해율을 보수적으로 반영해 BEL를 늘리면 부채 증가로 가용자본이 줄어들면서 K-ICS 비율이 하락한다. 반대로 부채를 낮게 잡으면 K-ICS는 개선되지만, 실제 손해율이 높아질 경우 예실차 확대와 함께 손익 변동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K-ICS를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부채를 충분히 쌓기보다 예실차를 일부 감수하는 선택을 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양극화가 단순한 실적 격차를 넘어 구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금리 상승과 해지 증가가 맞물리며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고, 자산 매각에 따른 손실이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자본력과 유동성을 갖춘 대형사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부채를 보수적으로 쌓기보다 예실차를 감수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손익 변동성이 커지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상승과 해지 증가가 맞물린 상황에서는 유동성 대응 능력에 따라 투자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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