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 2026.4.7 © 뉴스1 황기선 기자
금융감독원이 보험금 분쟁을 불완전판매로 해석하며 보험사에 보험금 소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상품 판매시 '설명 의무'의 범위를 둘러싼 보험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사에 상품설명서에 원발암 관련 설명이 없는 경우, 소액암에서 전이돼 발생한 일반암에 대해 일반암 보험금과 지연이자를 함께 지급하라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거부할 경우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불완전판매로 보고, 영업 제재와 과징금 부과 등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2020년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불완전판매는 최대 수입보험료의 50%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이번 금감원의 권고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 대응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암보험금 지급 시 원발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특약에 대해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갑상선암과 동시에 발생하거나 갑상선을 원발부위로 하는 이차성 일반암의 경우 일반암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았다.
대법원 보험금 지급 판결에 이은 금감원의 불완전판매 판단에 보험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품 판매 시 약관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면 보험사 책임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에 더해, 금감원이 이를 근거로 모든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주라는 직접적인 지급 권고에까지 나섰기 때문이다.
'즉시연금'이어 '소액암'까지…금감원 "상품설명 불충분, 불완전판매"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종결된 즉시연금 사태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즉시연금보험은 목돈을 일시에 납입하고 공시이율로 적립한 뒤 다음 달부터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상속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연금액이 최저보증이율보다 낮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생명보험사들은 일정 기간 사업비를 공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공제된 금액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생보사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2018년부터 보험사와 소비자 간 소송으로 이어졌다. 7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보험사는 약관과 상품설명서를 통해 사업비 공제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한 반면, 소비자는 설명이 부족했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 관련 즉시연금 소송 상고심에서 "기존 계약은 유효하다"는 취지로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다만, 복잡한 지급액 산정 방식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법원 판결을 즉시연금 판매 과정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관련 보험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즉시연금 사태 이전에는 분쟁 판단 기준이 약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보호 기조 강화로 상품설명서와 보험설계사의 설명 여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부담 커진 보험사…상품설명, 어디까지 해야 '완전판매' 될까
보험업계는 소액암 보험금 분쟁과 관련된 이번 금감원의 권고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보험금 미지급을 둘러싼 분쟁은 많았지만, 이를 불완전판매로 판단하는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이 보험사 자체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를 직접 지적한 사례도 많지 않다. 통상 불완전판매 책임은 상품을 직접 판매한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에 귀속돼 왔다.
이번 조치로 향후 보험사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0~2018년 사이 판매된 계약 중 상품설명서에 전이암 보험금 지급 기준이 명확히 기재되지 않은 상품을 일반암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상품설명서에 명시되지 않은 약관 내용이 분쟁으로 번지면 불완전판매로 보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보험상품 판매 시 상품설명서와 보험설계사의 약관 설명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약관을 상품설명서에 모두 담거나, 보험설계사가 이를 전부 설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상품설명서도 수십 페이지에 달해 실제 판매 과정에서 보험설계사가 전부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권고가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금감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 보호 기조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상품설명서와 설계사의 설명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