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치솟고 항공편 줄고…중동발 악재 '도미노 타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전 06:05

지난 3월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지난해 11월 경주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성공 개최 이후 ‘제2의 도약기’를 맞은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이 예상치 못한 중동발 악재에 가로막혔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촉발된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항공로 폐쇄와 물류비 폭등으로 인한 ‘도미노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먼저 비명이 터져 나온 곳은 전시 물류 현장이다. 중동 영공 폐쇄와 항로 차단으로 인해 해외 전시 참가 기업들의 화물 운송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 항공·선박 운임은 전쟁 전 대비 20% 안팎 상승한 데 더해 화물기에 실어야 하는 대형 전시 화물은 운임이 최대 50%까지 폭등했다. 전시 물류 전문기업 케미리 이형진 대표는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품목을 줄이거나 현지 임대로 돌리는 등 궁여지책을 쓰고 있다”며 “빈약해진 콘텐츠로 현장 수주 실적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와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에선 중동 바이어 불참 사태가 이어졌다. 사전에 수출 상담회 참가를 확정했던 중동 지역 바이어 상당수는 영공 폐쇄로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방한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엑스 관계자는 “주요 세션 기조 강연자조차 대체 항공편을 찾지 못해 행사 직전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마이스의 꽃’으로 불리는 포상관광 분야다. 4월 봄철 성수기를 맞이했지만, 중동, 유럽 지역 단체의 예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인바운드 전문 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과 불가리아 등에서 오기로 했던 단체가 잇달아 일정을 취소했다. 갑작스러운 취소로 채 한 달이 안되는 기간에 떠안은 손실만 3억 원이 넘는다. 그동안 중동 항공사들이 유럽과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지만, 전쟁으로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운항 항공 편수가 줄면서 하늘길이 막힌 탓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텅 빈 두바이 국제공항.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업계가 체감하는 타격은 단순히 방문 인원이 줄어든 것 이상이다. 중동과 유럽 지역 포상관광단은 1인당 순수 체류 경비로만 1000만 원 이상을 쓰는 ‘고단가’(High-yield) 고객군이기 때문이다. 인원 등 단체 규모는 작아도 워낙 씀씀이가 커 업계에선 ‘큰손’으로 불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동남아 단체 수백 명보다 유럽·중동 VVIP 20명의 경제적 낙수효과가 더 크다”며 “고단가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고물가·고금리와 맞물려 국내 마이스 산업의 체력을 갉아먹을 것을 경계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압박이 기업체 행사 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경우 APEC 정상회의 등을 통해 어렵게 살려낸 시장 분위기가 극도로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이스는 항공, 숙박, 물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경주 APEC 정상회의 이후 탄력을 받은 K마이스 성장세가 둔화하지 않도록 물류 지원, 대체 시장 확보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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