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제지(027970)가 지난해 현풍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에 인건비 상승, 대미(對美) 관세 여파 등 '3중고'에 직면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영업이익은 84% 급감했고 당기순손실은 330억 원대로 돌아서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제지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7537억 원으로 전년(7921억 원) 대비 4.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3억 원에서 31억 원으로 83.8% 급감하며 영업이익률이 0.41%에 그쳤다. 당기순이익도 40억 9700만 원 흑자에서 334억 5300만 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한국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발 관세+통상임금 확대+중대재해' 악재 겹쳐
한국제지는 실적 급락 요인으로 △관세 등 경영환경 악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꼽았다.
업계에서는 현풍공장 중대재해로 촉발된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수면 아래 있던 구조적 취약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풍공장은 지난해 11월 노동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전 공정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패키지 부문에서만 417억 원 규모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이 공장은 연간 매출액 1855억 원(회사 전체 매출의 약 23%) 규모의 핵심 생산 시설로 공정 중단에 따른 실적 타격이 불가피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직후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한국제지는 자발적으로 모든 공정을 중단했다. 회사는 "단순한 설비 중단을 넘어 패키지 부문 현금창출단위 전체에서 손상 징후를 식별했다"며 사고 이전부터 발생한 백판지 시장의 구조적 부진을 인정했다.
글로벌 인쇄용지 수요도 하락세다. 스마트기기 보급과 디지털 전환 영향으로 수요가 줄고, 과잉 경쟁 속에 단가 방어도 어려워졌다. 한국제지는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수출에서 올리는데 이 중 북미 비중이 55.9%로 과반을 차지한다.
한국제지의 버팀목이던 북미 수출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가 직격하면서 단가 방어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보고서상 지난해 비도공지 내수 가격은 1톤(t)당 1353원에서 1308원으로, 내수 도공지는 1543원에서 1491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통상임금 이슈도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2024년 12월 대법원이 통상임금 산정 시 '고정성' 요건을 삭제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이에 연장 근무·야간수당, 퇴직금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교대근무 비중이 높은 제지업종(장치산업) 특성상 인건비 증가폭이 다른 업종보다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이익잉여금 결손 전환에 상폐위기설…해성산업에도 부담
수익성 저하와 손상차손 등이 겹치며 회사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별도 기준 미처분결손금은 327억 원으로, 전년 8억 원의 이익잉여금이 1년 만에 결손으로 전환됐다. 이익잉여금 결손 전환은 사실상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주가도 동전주 수준(14일 기준 807원)으로 떨어져 상장폐지 위기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제지 지분 84.69%를 보유한 해성산업도 자회사 가치 하락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안게 된 상황이다.
한국제지의 반전 카드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추진이다. 회사는 플라스틱 연포장 대체재인 '지플렉스'(G-Flex)를 이르면 올해 10월 출시할 예정이다.
2024년 출시한 친환경 포장재 '그린실드'(Green Shield)는 롯데시네마·BHC치킨·아워홈·현대백화점·크라운제과·대한항공 등의 제품 포장재로 활용되며 신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쇄용지 시장 축소라는 구조적 문제에 더해 악재가 겹치면서 위기의 한 해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며 "G-Flex 등 친환경 신제품의 비중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느냐가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