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전통시장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박지현 기자
국세청이 2000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간이과세 배제 지역기준을 원점에서 검토해 가장 큰 폭으로 줄였다. 전통시장·집단상가 등 주요 상권의 쇠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불합리한 기준을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로 최대 4만 명의 영세사업자가 간이과세 혜택을 받게 됐다.
국세청은 14일 소상공인연합회와 세정지원 간담회를 열고 간이과세 배제지역 일괄 정비를 비롯한 총 8가지 소상공인 세정지원 방안을 발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임광현 국세청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와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 업종별 단체회장 등이 참석했다.
부가가치세법상 직전 연도 매출액이 1억 400만 원 미만인 개인사업자는 간이과세 제도를 적용받아 연 1회 신고·납부, 낮은 세부담(1.5~4%)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국세청은 매출액을 고의로 누락해 간이과세를 부당 적용받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지역 소재 사업자에게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간이과세를 적용하지 않는 '배제 지역기준'을 매년 고시로 지정해왔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지역 기준에 적시에 반영되지 않아 실제로는 영세한 사업자가 간이과세를 적용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사례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번 정비로 배제지역에 해당하는 전통시장·집단상가·할인점·호텔·백화점 총 1176개 중 544개(46.3%)가 배제지역에서 제외됐다. 해당 지역에 소재한 영세사업자 최대 4만 명이 올 7월부터 간이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유형별로 보면 전통시장은 총 182개 중 98개(53.8%)를 정비했다. 특히 비수도권 전통시장은 82개 중 57개(69.5%)를 정비해 지방 상권 활성화에 방점을 뒀다.
집단상가·할인점은 총 728개 중 317개(43.5%)를 정비했다. 소비 위축에 따른 상권 쇠퇴, 공실률·폐업률 증가 등을 고려해 비수도권은 270개 중 191개(70.7%)가 배제지역에서 빠졌다.
호텔·백화점은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 지역별 국내 관광객 감소 등을 감안해 총 266개 중 129개(48.5%)를 정비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14일 소상공인 세정지원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국세청 제공)
이번 정비 과정에서 대표적인 불합리 사례도 드러났다. 경남 김해시 소재 한 전통시장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형마트와 마주하고 있었는데, 전통시장은 배제지역으로 지정돼 일반과세가 적용된 반면 건너편 대형마트는 간이과세자로 분류됐다. 두 사업자 간 연간 부가가치세 부담 차이는 375만 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현장 실태확인 결과 두 지역이 유동인구·매출 규모 면에서 사실상 하나의 상권이라고 판단해 해당 전통시장을 배제지역에서 제외했다.
인천 소재 한 집단상가는 패션 아울렛과 영화관이 결합된 복합쇼핑공간으로 신흥상권 핵심 입지에 있다는 이유로 배제지역에 지정됐으나, 최근 공실률·폐업률이 급증하고 전기요금 체납, 상가 일괄 공매 등 상권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이번에 배제지역에서 제외됐다. 여수 소재 소규모 호텔들도 관광객 급감으로 입점 사업자 매출이 크게 줄어든 점이 반영돼 배제지역에서 빠졌다.
간이과세 배제지역 세부 정비 내용은 행정예고를 거쳐 4~5월 중 최종 확정된다. 7월 1일부터 새롭게 간이과세를 적용받는 사업자에게는 5월 중 과세유형 전환통지서가, 7월 초에는 사업자등록증이 발송될 예정이다.
일반과세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사업자는 오는 6월 30일까지 홈택스·손택스를 통해 간이과세 포기 신고를 할 수 있다. 다만 상반기 사업 실적에 대한 2026년 1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는 전환되기 전 과세유형인 일반과세로 신고해야 한다.
이번 세수 영향에 대해 박정열 국세청 개인납세국장 "소상공인 영세사업자가 대상인 만큼 세수 감소 폭은 우려할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날 간담회에서 간이과세 배제지역 정비 외에도 매출 10억 원 미만 소상공인 정기 세무조사 유예, 티몬·위메프·인터파크 등 플랫폼 미정산 피해 사업자 세정지원 등 총 8가지 지원 방안을 함께 공개했다.
소상공인 세금신고 간소화 등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개선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상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재정경제부에 개정 건의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중동지역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민생 현장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살펴 민생 회복을 뒷받침하고, 소상공인들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세정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