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력기기, 수주 넘어 실적 반영…슈퍼사이클 2막 진입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후 07:03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과거 2~3년 동안 이어져 온 대규모 수주가 순차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슈퍼사이클 2막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존 북미·유럽 중심의 전력망 교체 수요에 더해 스마트그리드와 신흥국 인프라 투자까지 겹치면서 성장 축이 다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 업체들이 2023~2024년 집중적으로 확보한 수주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납품 단계에 진입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매출 증가보다 영업이익 증가 폭이 더 큰 ‘이익 레버리지 구간’에 진입한 것이 특징이다.

전략기기 업종 특성상 수주 이후 매출 인식까지는 통상 1~3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수년 간 확대된 수주가 순차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구간에 진입한데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체결된 높은 단가의 계약이 반영되면서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의 실적 전망치가 잇따라 상향되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를 보면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9953억원, 747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변압기 중심 고부가 제품 비중 상승과 수주잔고 확대를 바탕으로 1조원 내외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S일렉트릭도 지난해 4260억원에서 올해는 6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수주잔고가 늘어나는 보여지는 호황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손익계산서에 찍히는 실질적 호황 구간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 흐름은 단순한 수요 증가에 그치지 않고 공급 제약과 맞물린 효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력기기 산업은 변압기·차단기 등 핵심 설비의 생산능력을 단기간 내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 설계·인증·납기 과정이 복잡하고 주요 부품 역시 장기 공급 계약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입 장벽이 높고 공급자 중심 구조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 협상력 역시 제조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북미 시장에 여전히 핵심이다. 노후 전력망 교체와 함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송전망 구축 필요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은 2025년 약 23조5000억원(158억 달러)에서 2031년 약 35조원(235억 달러)으로 연평균 6.7%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스마트그리드 구축과 중동·아시아 등 신흥국 전력 인프라 투자까지 확대되면서 수요 기반이 다변화되는 흐름이다. 스마트그리드가 전체 전력망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라면 마이크로그리드는 특정 지역 단위에서 전력 자립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분산형 전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LS일렉트릭이 최근 북미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수주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사업도 이 같은 전력 수요 확대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기기 수요가 단기 경기 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다만 업황 변화가 전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기보단 프로젝트 특성과 납기 구조에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초고압변압기.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