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식 회장 후보 검증, 금융지주 '황제경영' 키웠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후 05:52

[이데일리 정민주 기자] 깜깜이식 회장 후보 검증이 ‘황제경영’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이사들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후보 선발과 검증을 진행하다 보니 투명성은 결여되고 향후 견제기능도 상실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최종후보일 뿐인데 ‘회장직 확정’으로 지칭하는 기사가 나오는 것도 깜깜이식 후보 선발로 비롯된 부작용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최고 경영자에 대한 투명성과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정민주기자)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개최한 ‘적극적이고 투명한 주주권 행사를 위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비판이 이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금융지주 회장의 권력이 비대해진 것을 이사회의 독립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회장 선임 과정부터 이사들이 칼날을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특별결의에서 후보 정보가 주주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보다 많은 주주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특별결의는 기존 회장이 연임을 하게 될 경우 적용될 안이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현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올라오면 ‘리스크 여부’를 우선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후보들과 경영 능력을 비교하는 것이 아닌, 큰 문제가 없다면 회장직을 이어가도록 힘을 싣는다는 얘기다. 이들은 최종 후보가 결정될 때까지 후보 리스트를 비밀에 부친다. 더 뛰어난 경영 능력이 있는 후보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최종 후보가 공개되지 전까지 주주들은 후보군을 비교할 기회조차 없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주주가 합리적 판단을 할 정도의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면서 “정보공시가 빈약한 상태에서 의결 기준만 강화하면 형식적인 찬반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회장의 절대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만으로 부족하다”면서 “경영진과 주주 간 소통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진옥동 회장과 임종룡 회장이 최종 회장 후보로 올랐다는 것만 공개했다. 양사는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다른 후보 리스트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런 결정이 이사회 견제능력을 상실하고 회장 권력은 키운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금융사는 공공성이 높은 산업”이라며 “일반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소한 주주총회 소집공고 단계에서 회장 후보자의 법률 위반 전력, 금융당국 제재 이력, 금융소비자보호 위반 이력,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거래관계 등을 충실히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최종 후보를 선정할 사외이사 후보도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없다는 정보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외이사 독립성 문제도 불거졌다. 회장들 권력이 강해진 건 견제의 칼날이 무뎌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단편적인 예로 최근 5년간(2021년~2025년)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726건 중 반대표가 나온 건 9건에 그친다. 사실상 매번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되면서 어느새 사외이사는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영 현황을 점검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존재함에도 최근 내부 횡령, 대규모 불완전판매 피해 등이 발생하는 점도 사외이사 견제능력이 상실된 사례로 거론된다.

해외에서는 회장이 장기집권하는 경우라도 사외이사의 강력한 견제 하에 이뤄진다. 미국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 이사회는 지난 2016년 당시 CEO에게서 수백만 건의 유령계좌 개설 스캔들이 터지자 즉각 사퇴를 요구했고, 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게 총 7500만 달러의 보수를 환수했다. CEO에게는 별도로 250만 달러의 민사 제재도 걸었다.

금융지주 회장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주주위원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일정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로 구성된 주주위원회를 통해 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을 주주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가 포함되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박 의원은 “투명한 지배구조는 글로벌 장기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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