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혁신상' 안구건조증 예방기기..."규정 없어 인증 못해" 사장 위기 [only이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6일, 오후 09:29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A사는 최근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로 안구 건조증이 흔해짐에 따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비접촉센서를 사용해 안구 건조 정도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인공 눈물을 분사해 주는 이 장치는 지난 2024년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그러나 의료기기 인증 항목에 관련 제품이 없어 국내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규모 해상 누유 사고 시 오염물 회수와 유수 분리, 오염물 저장 등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한 B사도 2024년 CES에서 2개 부문에 걸쳐 혁신상을 수상했다. 업체는 로봇에 자율주행과 빅데이터 분석 기능 등을 추가하는 등 기능 업그레이드에 주력하고 있으나 부처 간 관할권이 모호하고, 해석이 상이해 국내보다 먼저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지만 국내 법·인증체계가 수용하지 못하거나, 부처간 영역 다툼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중기·벤처들이 늘고 있다. 이데일리와 법무법인 세종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5년까지 최근 5개년간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으나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수는 최소 20개사 이상이다.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갈수록 강화되는 가운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도 빛을 보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C사의 경우 추락사고시 인체를 보호해줄 수 있는 스마트 에어백을 개발했으나, 산업안전인증(KCs) 항목에 해당 되는 제품이 없어 인증을 받지 못했다. 인증 없이도 시장에 출시할 수는 있지만, 관련 법령에서 인증받지 못한 장비 활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에선 시장성이 없다고 보고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 혁신기술을 둘러싼 불합리한 규제들이 오래전부터 지적돼왔지만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 경제 상황이나 여러 가지 정책 환경에 따라 설계된 제도들이 기술이나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지체’ 현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지금은 공공이 민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시스템 전환을 주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지해야 하는 사항들만 법이나 규정에 명시하고 나머지를 전부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시스템을 채택하기로 한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허신회 법무법인 세종 입법전략자문그룹 연구위원은 “이전에도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계속 주장해 왔지만 한국 법체계 상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현 정부가 규제합리화위원회를 구성해 규제 시스템 전환에 힘을 싣는 데 거는 기대가 크다”며 “기존 제도가 기득권을 공고히 하거나 이해관계를 첨예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 개선이 쉽지 않지만 정부 부처가 신속히 개선하려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6’에서 통합한국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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