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SK하닉”…골목상권 살린 역대급 신드롬에 ‘들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7일, 오전 05:51

[청주(충북)=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박원주 기자]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 청주2캠퍼스 앞. 오전 11시가 넘자 캠퍼스에서 SK하이닉스 및 협력사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M15X 공장 현장에서도 역시 협력사를 비롯해 수백여명의 직원들이 나와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공장 앞에는 인근 한식뷔페 식당에서 보낸 대형 버스 서너대가 줄지어 이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점심시간 동안 근처 식당과 카페는 모두 공장 직원들로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한 카페에서는 직원 5명이 달려들어 주문에 대응해도 대기번호가 줄어들지 않을 정도였다. 근처 상점과 전자담배 판매자들이 인도 위에 좌판을 깔고 길을 지나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청주 흥덕구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및 D램 메모리 생산 공장이 모여 있는 곳이다. 낸드를 생산하는 M11과 M12 공장을 비롯해 낸드와 후공정 라인이 있는 M15 공장을 가동 중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거점인 M15X 공장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패키징을 담당하는 P&T 공장 역시 들어서 있다.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거점인 셈이다.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 캠퍼스 전경.(사진=공지유 기자)
특히 지난해부터 메모리 초호황이 이어지면서 청주는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다. 특별한 즐길거리가 없는 ‘노잼 도시’ 꼬리표를 떼고 ‘반도체 도시’로서 지역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 게 그 예다. 안낙현 청주 흥덕구 지웰시티뷰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SK하이닉스에 다니는 30대 신혼부부들의 아파트 매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34평 아파트 기준 매매가가 최근 6개월간 1억5000만원에서 2억원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청주에 자리잡으며 학교와 백화점 등이 모여 있는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반도체 생산공장(삼성전자 평택·화성·기흥캠퍼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은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만큼 서울 출퇴근도 많다. 청주가 사실상 유일한 지방의 반도체 거점이라는 의미다.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 M15X 공장 작업자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SK하이닉스가 차세대 투자를 확대하면서 지역경제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수요 대응을 위해 신규 D램 생산기지 M15X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부터 M15X 신공장에서 최첨단 D램 양산 물량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초 19조원 규모 첨단 패키징 팹 P&T7 투자를 발표했다. 이달 착공해 내년 말 완공하는 게 목표다. 이렇게 되면 청주에는 P&T2, P&T3, P&T3을 포함해 총 4개의 패키징 공장이 갖춰진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서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15일 청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상가 및 아파트 건설 현장.(사진=공지유 기자)
M15X 신공장과 P&T7이 들어서는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산업단지 인근으로 상가 부지와 신축 아파트들이 올해부터 들어선다”며 “원래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었는데, 앞으로 더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역대급 호실적과 성과급, 지역경제 효과까지 맞물려, SK하이닉스가 한국 사회에 던진 ‘신선한 충격’을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천·청주·용인에서 근무할 생산직 신입 직원 모집에 나섰는데, 채용시장에서는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화제였다고 한다.

당분간 K메모리 존재감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슈퍼 을’ ASML의 올해 1분기 매출 가운데 한국 지역 비중(45%)이 직전 분기(22%) 대비 급등한 게 대표적이다. ASML이 고객사명을 밝히진 않았으나, 이같은 매출 증가세는 첨단 공정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끈 것으로 읽힌다. SK하이닉스는 내년 말까지 ASML로부터 12조원 규모의 EUV 장비를 취득하겠다고 최근 공시해 주목 받았다.

산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K메모리의 위상 자체가 달라졌다”면서도 “업황이 언제 꺾일지, 중국이 어떻게 따라잡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미래 기술 경쟁력에 더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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