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과급 미몽 깨고 기술 본질 집중할 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7일, 오전 05:01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휴직 중인 SK하이닉스 직원들이 하루라도 더 빨리 돌아오려고 한다더라.”

본지가 최근 SK하이닉스의 내년 13억원 성과급 추정치를 보도한 이후 K직장인들로부터 수많은 얘기를 들었다. 내 계좌에 한 번에 10억원 넘는 돈이 꽂힐 수 있다니, SK하이닉스 내부는 물론이고 다른 기업들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국내 4대그룹의 한 대기업 고참급 부장은 “내 연봉도 적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딴세상 얘기 같다”고 했다.

수억원대 직장인 성과급은 분명 의미가 있다. 특히 반도체 같은 이공계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다면, 기형적인 의대 쏠림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고 해외 빅테크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계좌가 든든해지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 역시 있다. 본지가 최근 둘러본 청주 일대는 ‘반도체의 도시’로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씁쓸한 이면을 동시에 느꼈다. 액수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미몽(迷夢·무엇인가 홀린듯 얼떨떨한 상태)에 빠진듯 ‘한탕주의’ 흐름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수십년간 켜켜이 쌓아올린 반도체 기술력이 성과급을 만들었다는 생각보다 운 좋게 SK하이닉스 입사한 사람들은 좋겠다는 식의 생각이 더 만연한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 메모리 초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천문학적인 성과급이 의대 쏠림을 막는 순기능이 있으려면 그것이 어느 정도 지속가능해야 의미가 있는데, 메모리 경기는 언제든 꺾일 수 있다. 지금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상을 움직이는 것 같지만, 언제 어떻게 중국산(産) 메모리가 경쟁 상대로 부상할지 알기 어렵다. 그러면 20년 전과 같은 지옥의 치킨게임을 또 겪어야 할 수 있다.

성과급은 말그대로 묵묵히 일에 매진한 후 큰 성과를 냈을 때 받는 돈이다. 로또 같은 일확천금이 아니다. 그런만큼 이번 성과급 논쟁은 한 번쯤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성과급을 가능케 했고 앞으로도 가능케 할 미래 기술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는 뜻이다. 이제는 한여름 밤의 꿈에서 깨어나 다시 각자 자리에서 본연의 기술력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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