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로모션(Rho Motion)·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ESS 신규 설치량은 24.2GWh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설치량은 68.5GWh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다. 오세아니아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 가동과 유럽의 견조한 수요가 증가세를 견인했다. 업계에서는 ESS 시장의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동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되고, 에너지 가격 변동성 또한 크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자국 내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결국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ESS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SS 시장에서는 장주기(Long-Duration) ESS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전기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서 재생에너지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장주기 ESS는 일반적으로 8시간에서 길게는 수일에 이르는 전력 저장·방출이 가능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대규모 ESS 중앙계약시장 도입과 장주기 ESS 확대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ESS 설치 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시장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유럽 역시 탄소중립 정책과 전력시장 개편을 통해 ESS 활용도를 높이고 있어, 주요국을 중심으로 정책 드라이브가 강화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장주기 ESS 중심의 설치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ESS 시장 확대를 주도하는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가 ESS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만큼, 전력 품질과 백업 전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ESS는 전력 피크 절감과 비상 전력 공급을 동시에 수행하는 핵심 설비로 자리 잡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ESS 생산 역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배터리 3사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공장 현황.(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질적인 공급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미국 에너지 정책도 전환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는 실제 전력 수요 시 공급 가능한 수준을 기준으로 전력 조달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며 “북미 시장에서 장주기 ESS 설치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