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테이블코인 보유 공시 의무화 추진…현금성자산 분류는 엄격하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8일, 오전 09:5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기업들의 회계기준을 마련하는 권한을 가진 공식 기구인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가 모든 기업들에게 보유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내역을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보유한 다양한 현금성 자산(cash equivalents)의 유형을 보다 세분화해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조치의 일환인데,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을 종합하면 FASB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모든 기업이 매년 현금성 자산을 구성하는 중요한 항목들의 달러 기준 금액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여기에는 만기 3개월 이하의 투자자산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머니마켓펀드(MMF), 재무부 단기국채(Treasury bills), 기업어음(commercial paper), 그리고 현재 별도의 구체적 회계 규정이 없는 스테이블코인도 포함될 수 있다. 현금성 자산은 유동성이 매우 높고, 만기가 짧으며, 위험이 낮은 투자자산을 뜻한다.

FASB는 일부 암호화폐 자산이 금융상품이나 기타 자산이 아니라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를 연구해왔다. 특히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 같은 법정통화에 연동되는 대표적 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의 회계 처리에 대해 더 명확한 기준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논의 범위를 스테이블코인 보유 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재무상태표에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기업이 현금성 자산 항목에 상당한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하고 있다면, 이를 기업어음이나 머니마켓펀드 같은 전통적인 현금성 자산과 나란히 별도 항목으로 공시해야 한다. 어떤 수준을 중요성 있는 금액(material amount)으로 볼지는 기업의 판단 사항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회계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화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FASB의 구상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충분한 유동성 준비자산으로 뒷받침되고, 보유자가 발행자로부터 확정된 금액의 현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를 가진 경우에만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사회 멤버인 크리스틴 보토산은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자산군이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진화 중인 규제 환경 속에 존재하는 만큼 투자자들이 기업의 현금성 자산에 스테이블코인이 포함돼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이 현금성 자산으로 인정받길 원할 때 엄격한 준비자산과 즉시 현금 청구가 보장되도록 규정할 경우,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준비자산의 질과 유동성을 더 분명히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표결은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보유분을 현금성 자산에 포함할지 여부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지난 2월 발표한 최신 연차보고서에서 ‘결제용 스테이블코인(payment stablecoins)’의 회계 처리 방식을 변경해, 이를 금융상품이 아닌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이 소급 적용된 변경으로 코인베이스의 2024년 총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기존 85억달러에서 93억달러로 늘어났다. 코인베이스는 2025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113억달러를 보고했다.

또한 이사회는 ‘서브토픽 350-60(무형자산-영업권 및 기타-암호화폐 자산)’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래핑 토큰처럼, 보유자에게 해당 서브토픽 범위 내의 다른 암호화폐 자산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집행 가능한 권리를 제공하는 암호화폐 자산도 포함된다. 래핑 토큰은 원래의 토큰과 1:1로 연동돼 일종의 청구권 역할을 하는 만큼,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이미 해당 서브토픽 범위 안에 있는 디지털자산과 유사하다고 판단됐다.

다만 기존 회계 규정의 적용 범위를 래핑 토큰까지 확대할지 여부도 논의했지만 최종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향후 기업들은 이런 자산을 공정가치로 측정하고 별도의 공시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이사회는 아직 이에 대한 제안서 발행 여부를 표결하지는 않았지만,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FASB는 이런 내용의 공식 개정안 초안을 조만간 발표한 뒤 90일 동안 대중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ASB는 지난해 10월 일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현금성 자산 이슈를 공식 의제로 올렸다. 이는 FASB가 의제 추가를 검토 중인 70개가 넘는 사안 가운데 비교적 초기 단계의 사안 중 하나다. 이 문제는 지난해 기업, 투자자, 기타 이해관계자들이 표준 제정기구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한 ‘의제 협의(agenda consultation)’의 결과로 채택됐다.

이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 감독 체계를 마련하고 이 자산을 금융 주류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지니어스 법안에 서명한 뒤 이뤄졌다. 지니어스 법안은 회계상 무엇을 현금성 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열어둔 상태였던 만큼 FASB가 이 같은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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