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초입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 매장.(농심 제공)
15일 오후 4시 30분쯤(현지시간). 'MZ의 성지'로 불리는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의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 앞에서 만난 20대 히나타 씨는 "한글로 쓰인 신라면 분식 글자와 너구리 캐릭터가 귀여워 매장을 방문해 라면을 먹곤 했다"고 말했다.
한 달에 두어번 다케시타 거리를 찾는다는 히나타 씨는 독학으로 공부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정도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이날도 함께 온 일본인 친구에게 한식을 소개하고 있었다. 히나타 씨는 "신라면은 매워서 맛있다"며 "주변에도 야식으로 먹는 친구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다케시타 거리에는 10대 현지인부터 가족 단위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렸다. 뉴스1 © News1 황두현 기자
농심, 'MZ의 성지' 하라주쿠에 신라면 매장…즉석조리기로 '한강라면' 구현
도쿄 하루주쿠 내 다케시타 거리에 문을 연 '신라면 분식' 매장 앞은 10대 현지인부터 가족 단위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본 1020 세대의 '카와이'(귀엽다) 문화를 상징하는 이곳 초입에 농심이 지난해 6월 개점한 매장이 있다.
신라면 분식은 농심(004370)이 글로벌 시장에 K-푸드를 알리기 위해 마련한 체험 공간이다. 이른바 '한강라면'을 모티브로 현장에서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등 농심 제품을 구매해 즉석조리기로 끓여 먹을 수 있게 마련했고 김밥 등 한식을 더했다.
조리법도 간단했다. 키오스크에서 신라면·김밥 세트나 너구리, 장칼국수, 오징어짬뽕 등을 구매한 뒤 뒤편의 라면 진열대에서 꺼내 즉석조리기에서 제품에 맞는 번호를 누르면 뜨거운 물이 나온다. 취식은 홀 내 컵라면을 형상화한 대형 식탁에서 가능하다.
개점 후 매월 평균 1만 명이 찾으며 '도쿄 시내에서 즐기는 한강라면' 콘셉트로 입소문을 타는 모양새다. 매장 1층에는 한국의 아이스크림 가게도 자리 잡으며 매운맛과 달콤한 디저트의 조합이 K-푸드의 인기를 선도하고 있다.
올해로 일본 진출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이 인스턴트 라면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라면으로 자리 잡았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은 "편의점뿐만 아니라 대형 유통채널 어디서든 신라면을 판매한다"며 "이제는 일본 식품기업들도 매운 라면을 출시한다"고 말했다.
한 방문객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농심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농심 제공)
신라면·툼바·너구리, 현지 식문화로 재탄생…후지산 자락 하이랜드 팝업
신라면은 변주가 가능한 또 다른 메뉴로도 주목받고 있다. 본연의 매운맛을 살리면서도 현지인이 선호하는 다짐육과 채소 등 토핑을 넣고, 신라면 툼바와 너구리도 각각 꾸덕함과 얼큰함을 살린 메뉴로 거듭났다.
도쿄에서 차로 1시간 30여분 거리의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큐 하이랜드는 신라면이 현지 식문화로 재탄생한 곳이다. 하이랜드는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가 많아 10~30대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200만 명이 찾는 테마파크로,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방문객이 많다.
농심은 이에 하이랜드와 손잡고 3월부터 두 달간 신라면·툼바·너구리 3종에 일본식 레시피를 더해 제조·판매하고 있다.
16일 현장에서 맛본 신메뉴는 3종. 매콤하고 고소한 탄탄멘 유형으로 재해석한 신라면과 꾸덕한 본연의 맛에 일본의 온센타마(반숙의 온천달걀)를 조합한 신라면 툼바다. 현지인이 선호하는 해산물 풍미를 깊게 낸 너구리도 있다.
농심이 후지큐 하이랜드와 협업해 선보인 메뉴 3종. (우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너구리.(농심 제공)
신라면은 매운 국물 기반의 한국식 맛에 더해 탄탄멘 특유의 꾸덕하고 매콤한 맛이 느껴져 감칠맛을 더했다. 툼바는 크림과 치즈맛과 달걀의 고소함이 어울렸다. 이에 비해 너구리는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깊고 칼칼한 맛의 국물이 일품이었다.
12만㎡의 하이랜드 곳곳에서는 신라면 캐릭터 '신'(SHIN)과 후지산을 형상화한 대시보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후지산 자락의 하이랜드가 눈 덮인 후지산을 바라보며 놀이기구를 타는 곳으로 유명한 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농심재팬 관계자는 "라면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테마파크에서는 색다르게 먹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며 "농심 제품을 베이스로 현지 조리사가 재료를 곁들인 전혀 다른 메뉴"라고 말했다.
후지큐 하이랜드 방문객들이 신라면 캐릭터 '신'(SHIN)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농심 제공)
신라면 키친카·신라면의 날…체험 마케팅에 '생활 속 브랜드' 자리매김
신라면이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을 통해 일본인의 '생활 속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2월에는 세계 3대 겨울축제 중 하나인 삿포로 눈축제에서 시식코너를 운영해 수만 명에게 신라면을 알렸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7개월에 걸쳐 일본 주요 도시를 누비며 거리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신라면 키친카'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부터는 4월 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정해 현지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일본어로 숫자 4와 10의 발음이 '맵다'를 뜻하는 'Hot'(호또)과 유사한 점에 착안했다.
꾸준한 대면 마케팅에 힘입어 신라면은 '매운 라면' 시장을 개척한 입지전적인 제품이 됐다. 신라면이 나오기 전까지 일본 라면은 가볍고 삼삼한 맛 위주였고, 지금도 판매량 1~3위가 담백하거나 해산물 맛이다.
하지만 신라면은 꾸준히 매운맛을 내세운 결과 농심재팬은 지난해 일본 진출 39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매출 2000억 원(209억 엔)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신라면 비중은 80%에 이른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은 "일본에서 매운맛 붐이 일면서 현지 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많이 내고 있다"며 "위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매운 라면 시장의 파이를 키워주면 신라면에도 나쁠 게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신라면과 툼바를 기반으로 현재 6위권인 일본 라면 시장 내 농심의 입지를 5등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ausur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