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부야부터 후지산 코 앞까지…일본 열도 삼킨 농심의 ‘매운맛’[르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9일, 오후 07:15

[일본 도쿄=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매운 거 잘 먹어요” 이마에 송글송글 땀을 맺혀가며 새빨간 국물을 들이켜는 일본 Z세대들의 얼굴엔 묘한 쾌감이 번져 있었다.

‘일본인은 매운 것을 못 먹는다’는 유통업계의 오랜 철칙이 보기 좋게 깨진 순간이다. 도쿄 도심부터 후지산 기슭의 놀이공원까지, 진짜 한국의 매운맛으로 일본 열도를 달구고 있는 농심의 팝업 총공세 최전선을 직접 밟아봤다.

16일 일본 후지큐하이랜드 팝업 현장. (사진=농심)
◇ 시부야의 심장부, ‘한강라면’에 열광하다

지난 15일 오후 도쿄 젊음의 상징인 시부야. 강렬한 레드로 꾸며진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 앞은 평일 오전임에도 대기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방문객들의 표정엔 매운맛에 대한 두려움 대신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곳의 핵심 체험은 단연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한강라면’이었다. 조리기 앞에서 직접 라면을 끓이던 네덜란드인 관광객 A씨는 “네덜란드에서도 신라면 팝업을 봤는데, 이렇게 한강에서처럼 직접 끓여 먹는 방식이 쉽고 재밌어서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진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현지인들의 반응은 더욱 극적이었다. 도쿄 시민 B씨는 “한국 아이돌과 드라마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이 먹는 라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처음엔 너무 맵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먹다 보니 어느샌가 이 매운맛을 즐기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K컬처가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매운맛이 중독성을 만들어낸 전형적인 사례다.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코리아 엑스포에 농심이 '너구리'를 활용한 팝업을 열었다. (사진=농심)
◇ 놀의동산의 ‘SHIN’ 캐릭터, 엑스포를 누빈 ‘너구리’

다음날인 16일에는 도쿄를 벗어나 후지산 기슭의 대형 테마파크 ‘후지큐 하이랜드’를 찾았다. 푸드코트엔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너구리를 활용한 콜라보 메뉴가 자리 잡았다. 매운맛과 짜릿한 놀이동산의 공감각이 맞아떨어지면서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를 냈다. 특히 테마파크 곳곳엔 신라면을 알리는 모형 등이 서 있었는데, 최근 선보인 라면 캐릭터 ‘SHIN’의 탈인형이 광장에 등장하자 순식간에 인파가 몰려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매운맛을 테마파크의 즐거운 놀이로 치환한 영리한 브랜드 전략이 돋보였다.

도쿄에서 열린 코리아 엑스포 현장에서도 농심의 활약은 거셌다. K푸드 포럼과 대규모 전시가 열린 이곳에서 농심은 ‘너구리’를 집중 조명했다. 시식 코너에는 얼큰한 국물과 오동통한 면발을 맛보려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라면과 우동 사이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너구리가 철저한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었다.

사흘간 둘러본 농심의 일본 공략 성공 비결은 명확했다. 바로 ‘타협하지 않은 뚝심’이다. 현지 입맛에 맞춰 매운맛을 희석하기보다, 한국 고유의 오리지널 매운맛을 그대로 밀어붙인 역발상이 ‘진짜’를 찾는 일본 Z세대의 호기심을 폭발시켰다. 여기에 글로벌 메가 트렌드인 K컬처라는 강력한 날개가 시너지를 더했다.

그 결과 농심 재팬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200억엔 매출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종주국 일본의 한복판에서 캐릭터 마케팅과 체험형 공간으로 무장한 신라면은 이제 일본의 일상식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가는 ‘K푸드’의 가장 단단한 교두보가 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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