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美 설계 참여에도 '반쪽 성과'…전투함은 여전히 장벽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9일, 오후 07:07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최근 한국 조선사들이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설계 사업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양국의 조선업 합작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양국 협력이 초기 설계 단계에 국한되는데다 협력하는 선종도 비핵심 전력인 군수지원함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스가 협력이 선언적 구호를 넘어 해군 전투함 건조와 같은 실질 사업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양국 정부가 협력해 꽉 막힌 규제를 우선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미국 파트너사와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개념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해당 사업은 향후 최소 10척 이상의 미 해군 노후 보급함을 대체하는 위해 시작된 중장기 프로젝트다. 한화오션은 미국 내 한화필리조선소, 한화디펜스USA를 기반으로 한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삼성중공업은 해당 사업을 계기로 미 조선소와 기술 협력, MRO(유지·보수·정비) 입찰 참여 등 대미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 조선사가 미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미 해군 함정 사업에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마스가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번 성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본 게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현재 참여 단계가 선박 건조의 첫 단계인 개념 설계에 불과한데다 향후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실제 건조까지 이어지기엔 넘어야 할 장벽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측과 협력하는 선종이 무장 체계 비중이 낮고 기술 난이도가 제한적인 군수지원함에 그쳤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군수지원함은 구축함이나 항공모함 등 전투함에 비해 건조 단가도 낮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도가 떨어진다.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사진=한화오션 제공)


미국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전투함 영역에서는 여전히 자국 중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설계와 건조 모두 미국 내에서만 수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 조선소 역할이 사실상 보조적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내 건조를 명시하고 있는 존스법(상선 분야)과 반스 톨레프슨법 수정법(함정)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가 미 현지 조선소 설립으로 건조 금지 제한을 넘어설 수 있지만 관문은 또 남아 있다. 해군 전투함 건조 참여를 위해선 군사기밀 취급이 가능한 시설인증보안(FCL)을 취득해야 한다. 현재 한화오션 필리조선소는 FCL 신청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고 있지만, 보안체계를 미국 기준에 맞추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해 단기간에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FCL 단계를 통과한다고 해도 군수품·방산기술 통제 규정인 미 ITAR(국제무기거래규정)·EAR(수출관리규정)을 완화해야 함정 공동 건조라는 차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한국 기술 제공·미국 생산이라는 구조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기술 이전 프로젝트’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이 단순 협력 파트너를 넘어 주도적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 간 협력으로 기술 통제 뿐만 아니라 조달·보안·정치 승인 규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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