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회수로봇’으로 환경 지키고 수익도 높인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9일, 오후 07:13

글로벌 산업 곳곳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AI반도체 기업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등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대기업들만이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지컬AI(인공지능이 센서·로봇·자율주행 등 물리적 장치를 통해 직접 행동하는 기술) 분야의 경우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들도 자신들만의 기술력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데일리는 이같이 높은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피지컬AI 중소·벤처기업들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재활용 가능한 폐페트병·캔을 선별·수집하는 인공지능(AI) 회수로봇 ‘네프론’의 벌크형 모델이 출시됩니다. 기존 모델보다 3배 커진 회수로봇이 아파트 단지와 빌라 곳곳에 설치돼 다양한 시민이 순환경제를 접하면서 재활용 문화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 (사진=김응태 기자)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지금까지 네프론을 1700대가량 공급했는데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이어 민간 영역까지 활용이 확대되는 것과 동시에 재생소재를 생산하는 공장 증설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퍼빈은 지난 2015년에 설립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사용 후 버려진 페트병과 캔을 재활용하기 위해 네프론을 개발했다. 네프론은 카메라 센싱과 머신러닝 방식으로 데이터를 축적한 AI가 재활용이 가능한 폐페트병과 캔을 선별해 회수한다. 재활용이 가용한 소재로 판별된 경우에는 폐자원을 가져온 이용자에게 보상금을 제공한다.

네프론이 수거한 폐자원은 거점별 물류·저장 시스템을 거쳐 소재화 공장 ‘아이엠팩토리’에 옮겨진다. 공장에서 폐페트병은 또 한 번의 AI 기반 선별 과정을 통한 분쇄 및 세척 과정을 맞이한 뒤 고순도의 재생소재인 ‘r-페트 플레이크’와 ‘r-페트 펠릿’으로 재탄생한다. 재생소재는 롯데칠성음료 등 식음료 기업에 공급해 활용된다. 기업들은 품질 높은 친환경 재생소재를 수퍼빈으로부터 납품받고, 수퍼빈은 재생소재를 판매한 수익금을 시민과 나누면서 순환경제를 확산시키는 사업 모델을 완성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원순환 회수로봇 '네프론'. (사진=김응태 이데일리 기자)
수퍼빈은 네프론을 활용한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생소했던 순환경제 개념을 시민의 삶의 일부분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총 5억1000만개 폐트병과 캔을 수거해 7200t의 재생원료로 전환했다. 작년 말 기준 자발적으로 재활용에 참여한 누적 회원수는 110만명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AI 역량이 고도화하면서 재활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김 대표는 “재활용 가능한 폐플라스틱을 판별하는 데이터가 쌓이면서 AI 기술 역량이 높아졌다”며 “폐자원 회수 과정 뿐 아니라 재생소재 생산 공장 역시 AI 선별 솔루션과 자동화 시스템이 결합하며 생산 속도를 6~8배 정도 단축하고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재생원료 의무사용제가 본격 도입됨에 따라 자원순환 시장이 커져 수퍼빈의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올해 1월부터 페트병을 연 5000t 이상 사용하는 음료 제조업체는 재생원료를 10% 사용해야 하며, 오는 2030년에는 30%까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시장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나고 수요가 증가하며 재생원료의 부가가치가 높아져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고순도 재생소재 ‘r-페트 플레이크(Flake)'. (사진=수퍼빈)
또한 재생원료 소재를 화장품 업체 등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신규 시장 개척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음료 페트병 이외에 화장품 용기나 가구 코팅제 등에 사용되기 시작하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판로 확대도 기대된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재생원료 중 40% 정도는 유럽과 북미로 수출되고 있다”며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공적자원개발(ODA) 형태로 재생원료 순환경제 사업 모델을 수출하는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 때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데 수퍼빈이 혁신적인 기후테크 사업 모델을 만들어 사회적으로 큰 영감을 줄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수퍼빈이 운영 중인 폐자원 소재화 공장 ‘아이엠팩토리’. (사진=수퍼빈)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