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 가격전쟁 난리통 속…현대차는 ‘노란봉투법’에 발목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19일, 오후 07:09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와 주요 계열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청업체 임금 인상분이 차량 가격에 반영되면서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인근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원청교섭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현대차를 비롯해 5개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원청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교섭을 제기한 하청 노동자는 △현대차 1675명 △현대모비스 7301명 △현대위아 1485명 △현대제철 4551명 △현대글로비스 1292명 등 총 1만 6403명에 달한다.

기존에는 하청 노동자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청이 교섭을 거부할 수 있었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교섭 참여가 사실상 의무화됐다. 이에 따라 교섭 구조가 다층화되고 노조 간 이해관계 충돌과 경쟁이 격화되면서 임금 인상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부품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고 있어 인건비 상승분이 납품 단가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다. 결국 핵심 부품사의 인건비 상승이 부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완성차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기에 점유율을 사수하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모델 Y 등 주요 모델 가격을 잇따라 인하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3000만원대 이하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에 맞서 포드는 ‘머스탱 마하-E’와 ‘F-150 라이트닝’ 가격을 대폭 인하했고, 제너럴모터스(GM)는 ‘이쿼녹스 EV’ 등 보급형 라인업의 시작 가격을 낮췄다. 이 밖에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등도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전기차 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가격 인하를 통해 수요를 흡수하는 가운데 현대차만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시장 내 가격 경쟁력 역시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상황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판매 감소를 넘어 중장기 브랜드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인근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원청교섭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격 경잭력 악화는 미래차 투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25년 기준 현대차의 연구개발(R&D) 비용은 5조5300억원으로 매출의 약 3% 수준이다. 미국 관세 부과 등 글로벌 악재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 감소한 상황에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유지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원가 부담까지 확대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연구개발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원가 부담이 커질 경우 현대자동차가 해외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오프쇼어링’에 속도를 내고, 결과적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 거점을 속속 재편하고 있다. 포드는 독일 자를루이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 물량을 스페인으로 이전했으며, 스텔란티스는 프랑스 대신 모로코를 핵심 수출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르노 역시 루마니아와 모로코 등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의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은 투자 판단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국내 생산 기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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