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석유공사에 4.4조 수혈…에너지 수급 '숨통' 트일까

경제

뉴스1,

2026년 4월 20일, 오전 11:39

21일 한국석유공사 여수비축기지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사(ADNOC)의 원유 200만 배럴이 입고되는 모습. (한국석유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4.2/뉴스1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에 정책자금 30억 달러(약 4조4000억 원)가 투입되면서 정책적 선택지가 확대된다.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정책금융은 해외 투자로 확보한 원유를 보다 신속히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고질적인 자본잠식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인 재무개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 대규모 확대된 석유 공사
20일 금융권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석유 공사에 각각 15억 달러씩 총 30억 달러 규모의 정책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이번 공동 지원은 지난달 개최된 석유공사, 한은, 수은 기관장 간담회 논의와 정부 유관 부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수은은 원유 수입 결제 자금 지원에 집중하고, 산은은 원유 구매뿐 아니라 채권 상환, 시설 개보수 등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상황 전반을 지원한다.

석유공사는 이번에 공급된 정책 금융 자금 활용처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아직 활용처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공급된 정책 자금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 내에서 가져다 쓰는 구조여서 현재의 고유가 환경에서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책 금융을 쉽게 받기는 어려운데, 30억 달러라는 대규모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30억 달러 정책 금융이 대출 한도 확대 방식인 만큼, 결국 상환 부담이 있어 일부 이자 감소, 자금 조달 용이성 등 장점은 있지만 장기적 재무구조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부터 완전 자본잠식…자산 다 팔아도 부채 갚기 어려워
석유공사는 2010년대 해외 자원개발과 자원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과 이자 부채 누적으로 재무 위기를 겪어왔다. 연간 수천억 원대 이자 부담이 고착하면서 영업활동만으로는 누적 손실과 자본 잠식을 메우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2020년 상반기부터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창사 이래 첫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이런 흐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2025년 상반기 기준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조 872억 원으로, 부채는 20조 4964억원, 자산은 19조 4049억 원이다.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공사 공시와 국감 자료를 종합하면, 전체 부채 가운데 이자 비용이 붙는 금융부채만 약 1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재무 상황은 석유공사가 비축유를 늘리거나 해외 생산분을 선제적으로 들여오는 것에 적지 않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출자금을 비축 예산으로 배정하지만, 공사 자체 재원과 차입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중동 전쟁에서 석유공사가 투자한 해외 원유 광구의 생산분을 국내로 가져오도록 검토하는 과정에서, 바로 비축유로 들여오기보다는 수요처를 확정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와 구매 계약 협상이 먼저 이뤄졌다.

재무 구조 악화는 국제적인 수급 위기 상황에서 민간과 공공의 리스크 분배 측면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우리나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공조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총 1165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했다. 이 가운데 초기 방출분 317만 배럴 중 208만 배럴은 정유사에 1년 내 상환 조건으로 대여하고, 나머지는 경매 입찰 방식으로 판매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반면 미국·일본 등 주요 IEA 회원국은 비축유 방출 시 판매 방식을 중심으로 운용해 왔다.

통상 비축유를 판매하면 매각 가격과 도입 가격 차이에 따른 손익과 재고 감소에 따라 재무 리스크를 정부와 비축기관이 직접 떠안는 구조가 된다.

반면 대여 방식은 비축기관의 재고를 유지하면서 대여료와 가격 차액 정산을 통해 일정 부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대신 나중에 현물로 상환해야 하는 가격·조달 리스크는 민간이 더 많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위험이 전이된다는 특징도 있다.

실제 2000년에는 민간 정유사가 비축유를 대여한 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일부 기업이 손실을 보고, 일부는 정부에 상환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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