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미국 햄버거세트 3만원"…그래도 환율 우려할 수준 아니라는 당국

경제

뉴스1,

2026년 4월 20일, 오후 12:00

미국 워싱턴DC의 한 패스트푸드점 샌드위치 단품 가격이 17.59달러에 달하는 모습이다. 결제수수료까지 포함하면 원화 기준 2만 5000원이 넘는다.2026.4.19 © 뉴스1 이강 기자
"햄버거 세트 하나 시키면 3만 원이 훌쩍 넘어요. 환율이 너무 올라서 죽겠어요" 기자가 지난 13일부터 6일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취재차 미국 워싱턴DC와 뉴욕을 방문했을 때, 외환당국·국제기구·공공기관 관계자들이 꺼낸 말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는 고환율이 피부로 느껴졌다. 500ml짜리 생수 한 통을 사려고 집어들었는데, 원화로 환산하니 6000원에 달했다. 컵라면은 1만 원, 햄버거 세트는 3만 원이 넘었다.

해외에 주재하면서 원화로 급여를 받는 공공기관 관계자나 당국자들이 앓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들로부터 "환율 때문에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줄고 있다"는 말을 최소 다섯 번 넘게 들었다.

그런데 이들에게 '환율 레벨(수준)이 위험한지'를 묻자 "환율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죠"라는 전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 숫자를 두고 '죽겠다'와 '괜찮다'가 동시에 나오는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환율 수준은 괜찮다"고 말했다.

모순적인 이야기지만, 사실 이같은 당국 관계자들의 답변은 익숙하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31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현재 환율 레벨(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단 환율이 어느 정도 리스크(위험)를 수용할 수 있는지 보는 만큼 그런 면에서 큰 우려는 없다"는 발언이 그렇다.

이는 환율을 바라보는 당국의 시선이 국가의 대외건전성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햄버거값보다는 외환보유액, 달러인덱스(DXY), 경상수지 등 거시지표가 기준이 된다.

이 같은 거시지표를 고려하면 현재 상황이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인 '외환위기'와 거리가 멀다는 점은 분명하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유동성도 양호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시지표와 햄버거값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환율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당국자들조차 "죽겠다"는 말을 내놓는 상황이라면, 국민이 느끼는 부담과 공포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간극을 방치한 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만 반복한다면, 정책 메시지는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거짓말'로까지 비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지금의 환율이 왜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 체감 부담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한 대응 능력과 별개로, 최근 치솟은 환율은 이미 국민에게 '위기'로 느껴진다. 1500원대를 바라보는 환율이 과연 국민에게도 '뉴노멀'일지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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