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 '배터리 뚝심' 통했다…콧대 높던 '독일차 3사' 모두 고객으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0일, 오후 07:05

[이데일리 공지유 이윤화 기자] 지난해 11월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난 건 업계에서는 ‘깜짝 이벤트’였다.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에 배터리를 공급하지 않던 삼성SDI가 새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이 회장이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독일 출장을 다녀온 뒤 이같은 기대감은 더 커졌다. 이 회장은 해당 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의 배터리 공급 계약 논의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른쪽부터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멤버 및 최고기술책임자(CTO),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허은기 삼성SDI 중대형사업부장(부사장)이 20일 오전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배터리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삼성SDI, 메르세데스-벤츠와 10조원대 배터리 계약 ‘잭팟’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전기차에 고성능 하이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한다. 해당 배터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메르세데스 모듈러 아키텍처’(MMA) 플랫폼 기반 전기차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기간과 금액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년간 최대 10조원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와 메르세데스-벤츠가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다즈 서울강남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요르그 부르저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삼성SDI)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는 CATL과 파라시스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배터리를 주로 채택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와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LFP)뿐 아니라 에너지 밀도가 높고 긴 주행거리를 보장할 수 있는 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적용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제품을 적용하고 있다.

벤츠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배터리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전동화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벤츠 코리아 역시 한국 시장에 디 올-뉴 일렉트릭 CLA, 디 올-뉴 CLA 하이브리드, 디 올-뉴 일렉트릭 C-클래스, 디 올-뉴 일렉트릭 GLB 등을 포함해 다양한 전동화 신차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차세대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갖추고자 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새 고객사 확보를 통해 수익성 반등 돌파구를 찾으려는 삼성SDI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미디어 간담회에서 “내년까지 40여개의 신차를 선보일 계획인데, 이 중 대부분이 전동화 모델”이라며 “2030년까지 모든 세그먼트에서 전동화 모델을 선보일 수 있도록 전동화 전략 가속화하고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협력도 넓힌다”고 설명했다.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용 광폭행보 결실…‘독3사’ 모두 고객사로 확보

업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광폭 행보가 이번 성과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칼레니우스 회장과 삼성 영빈관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서 회동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에도 최주선 사장과 함께 독일 출장길에 올라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의 파트너십 강화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삼성SDI의 배터리 공급 논의가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삼성이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유럽 완성차 업계에 공을 들인 건 2028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주춤했던 전기차 수요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달 유럽 산업가속화법(IAA)이 발표되면서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 생산 제품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이에 유럽 내 생산 거점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며 완성차 업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번 계약 이후에도 유럽 완성차 업계 공략을 강화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한편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를 고객사로 확보하게 되면서 프리미엄 수입차의 상징인 ‘독일 자동차 브랜드 3사’(벤츠·BMW·아우디)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가 됐다. 삼성SDI는 BMW와 지난 2009년부터 17년에 걸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우디와도 2018년부터 협력을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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