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올 1분기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8866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년 2154억원 적자와 비교해 약 1조원 가량 이익이 늘어나는 수준이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215억원 손실에서 올해 7101억원 흑자가 예상된다.
19일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정부의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와 수출 제한 탓에 2분기부터는 실적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고가격제란 정부가 물가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장 균형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고, 그 이상 가격으로 거래를 금지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제 1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실시한 이후 오는 24일 4차 최고가격을 고시할 예정이다. 3차 가격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4차에서 가격이 동결될지 아니면 추가로 인상될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로 인한 정유사 손실을 사후 보전해줄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사후 정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산식이 제시되지 않아 정유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만약 단순히 손실을 보전해주는 식이라면 사실상 이익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해외 시장에서는 정유제품이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기회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이 좋게 나올 경우 향후 손실 보전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이미 전쟁 전에 유가가 낮았을 때 들여온 원유를 바탕으로 제품을 판매한 것이 반영됐는데, 전쟁 통에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 있어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종료되고 유가가 크게 떨어질 경우에도 걱정이다. 이미 가격이 크게 치솟은 원유를 수입해왔는데 유가가 떨어지면 제품가격이 하락해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급락할 경우 수천억원 규모의 재고평가손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중동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최선을 다해 정부에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1분기 호실적으로 인해 혹여 비난의 대상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