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버틸수록 좁아진다…롯데케미칼, ‘담보 의존’의 역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0일, 오후 06:30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우량 자산을 담보로 차입금 만기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기회비용 누적과 향후 추가 자금 조달 여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일반 회사채 시장 복귀가 지연되는 가운데 핵심 자산이 담보로 묶이면서 추가 차입 시 활용할 수 있는 담보 여력은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담보 중심의 차환 구조가 반복되며 단기차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금리 변동 및 차환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오는 21일 보증채 상환을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3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이번 채권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설정하고,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이 지급보증에 나서면서 최고 신용등급인 ‘AAA’로 발행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우량 자산 담보와 은행 지급보증까지 동원한 배경에는 석유화학 업황 둔화에 따른 구조적인 수익성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롯데케미칼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023년 3916억원에서 2024년 9145억원, 지난해 9431억원으로 3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현금창출력이 크게 훼손됐다.

기업의 실질적인 자금 여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잉여현금흐름(FCF)도 대규모 순유출이 이어지며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4889억원에 그쳤다.

반면 공장 신설 및 유지보수 등 유형자산 취득에는 1조6213억원이 투입돼 FCF는 마이너스(-) 1조1324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2조8505억원)과 2024년(-6957억원)에 이어 3년째 벌어들인 돈보다 투자로 나가는 돈이 많은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롯데월드타워와 같은 알짜 자산이 담보로 묶여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향후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적 카드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추가 차환 시 활용 가능한 담보 풀이 제한되고, 예기치 못한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보증채 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대 비용도 부담이다. 은행 보증채는 신용보강에 따른 수수료가 추가된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188억원이 보증 수수료로 지출됐다. 롯데케미칼이 6000억원 이상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자금조달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전체 차입금 9조3994억원 중 사채를 제외한 순수 단기차입금 규모는 3조606억원에 달한다. 1년 전 2조7876억원 대비 덩치가 커진 것은 물론, 총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8%에서 32.6%로 뛰었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보다 근본적인 재무 개선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비핵심 자산이나 지분 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 유입으로 차입금 절대액을 줄이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롯데케미칼도 재무안정성 관리를 위한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추진하며 시장의 요구와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금 흐름 악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던 투자 규모의 급격한 축소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연평균 자본적지출(CAPEX)을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2023년 3조6000억원, 2024년 2조3000억원에 달했던 과거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수준의 감축이다. 지분 투자 역시 연평균 1000억원 이하로 줄여 신규 사업 확장에 들어가는 재원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아직 담보 여력이 일정 부분 남아있더라도 자체적인 현금 창출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결국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긍정적인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는 만큼, 향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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