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DALL-E3가 생성한 이미지)
이처럼 상장폐지가 급증한 배경에는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고팍스는 16일 일괄 상폐된 코인 관련 공지에서 “가상자산 발행 혹은 운영주체가 지속적인 개발 및 운영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거나, 국내외 합산 시가총액이 분기 중 30일 이상 40억원 미만 상태가 2분기 연속 지속되거나, 분기 일평균 거래회전율이 1% 미만인 상태가 2분기 연속 이어질 경우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코인 프로젝트 시장은 전반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중소형 코인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크게 위축되며 사실상 ‘거래 없는 상장’ 상태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코인은 백서를 기준으로 상장되지만 실제로는 약속된 개발이나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소는 프로젝트의 지속성, 공시 여부, 기술 개발 현황, 유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부진은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가상자산 자동화 평가서비스인 APYWA에 따르면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모두 상자폐지가 결정된 하바(HVH)는 시장접근성, 개발활성도, 시장유동성, 리스크 및 보완 등 주요 항목에서 ‘변동 거의 없음’ 수준을 보이며 평가등급 C(46.53점)를 기록했다. 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스크라(ISK)는 개발활성도와 시장유동성에서 ‘강한 하락 추세’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 흐름도 상장폐지 증가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거래소 책임성 강화를 중심으로 한 규율 논의가 이어지면서, 거래소들이 상장 유지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혜진 서강대 AI·디지털자산대학원 주임교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진행되면서 시장의 투명성과 투자자 보호, 거래소 책임성 강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거래소들이 제도권 기준에 맞춰 문제 소지가 있는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장과 상장폐지가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준이 여전히 거래소의 자율적 판단에만 맡겨져 있다는 점을 우려로 지적한다. 현재 거래소들은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 및 보안 수준, 법규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 규정에 그친다. 이로 인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고, 거래소별 판단 기준이 상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월 기준 지난 1년 간 거래지원 현황을 비교한 결과 상장폐지된 가상자산 총 74개 중 5대 거래소가 공통적으로 폐지한 코인은 2개에 그쳤다.
이에 따라 상장과 상폐를 보다 객관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별도 기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황 교수는 “거래소마다 기준이 다른 구조에서는 일관된 판단이 어렵다”며 “상장심사위원회 등 독립된 평가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최근 상장폐지 증가가 자의적 판단이 아닌 기준 이행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는 당국과 함께 마련한 자율 규제 기준에 따라 모니터링과 유지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프로젝트에 대해 유의 지정과 소명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가 결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