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의 답은 이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는 돈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는 단순한 경제적 개념을 넘어선다. 돈을 축적의 대상이 아니라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본 것이다. 이 관점 하나만으로도 그의 의사결정 구조를 읽을 수 있다. 또 그는 실력을 “발현능력”이라고 재정의했다. 지식을 머릿속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게 하는 힘이 진짜 실력이라는 것이다. 이 정의는 교육, 인재, 조직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엇을 평가하고 무엇을 키워야 하는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어를 재정의하는 힘은 특정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經營)’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더라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최진석 서강대 전 명예교수는 ‘경영’을 철학과 운영의 결합으로 풀어낸다. ‘경(經)’은 성경이나 불경처럼 시대가 지향해야 할 높은 가치를 담은 말이며 ‘영(營)’은 그 가치를 현실에서 작동하는 운영이라는 것이다. 결국 경영은 철학을 실행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이 정의는 경영을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시대의 방향을 설계하는 일’로 끌어올린다.
위성호 신한은행 전 행장은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경영을 “가치를 관리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조직이 작을 때는 관리해야 할 가치의 수가 적지만 기업이 성장할수록 가치의 종류와 우선순위, 그리고 그 관리 방식이 복잡해진다. 결국 경영자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와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끊임없이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는 전략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는 정의다.
반면 허승조 GS리테일 전 부회장은 경영을 “마음을 산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이 정의는 조직을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결국 기업의 성과는 전략이 아니라 사람의 배치에서 나온다는 통찰이다. 같은 ‘경영’이라는 단어지만 철학, 가치, 사람이라는 서로 다른 축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 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단어는 도구가 아니라 프레임이라는 점이다. 어떤 정의를 내리느냐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며 결국 행동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행동이 축적되면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정의를 갖는 것’이다. 돈, 성공, 실력, 경영. 이 단어들을 남이 만든 의미로 사용하는 순간 삶은 타인의 기준에 의해 설계된다. 반대로 스스로 정의를 내리는 순간부터 삶은 주도권을 갖기 시작한다. 정의는 곧 기준이고 기준은 곧 방향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과정이 아니라 어떤 단어를 중요하게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그 단어를 어떤 의미로 살아낼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인생은 언어의 싸움이 아니라 정의(定義)의 싸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