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접촉 75%가 로펌…공정위, 로비 논란에 보고·징계 규정 강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1일, 오전 05:16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로펌과의 접촉을 관리하는 ‘외부인 접촉 규정’을 다시 강화하고 나섰다. 이재명 정부 들어 공정위가 처리하는 사건이 증가하고 대응 과정에서 로펌 등 외부인 접촉도 크게 늘자 ‘사건 무마나 과징금 조정을 위한 로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한편에서는 접촉 규제 강화가 오히려 기업과의 소통을 위축시키고, 현장 정보 파악이나 사실관계 확인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공정위)


◇외부인 접촉 75%가 로펌…‘로비’ 논란도 제기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2025년 공정위 직원들의 외부인 접촉은 분기별로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1분기 329건, 2분기 351건, 3분기 360건, 4분기 378건으로 늘어 연간 총 1418건으로 집계됐다.

외부인 접촉 중 ‘사건 대응’ 관련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사건 관련 접촉 비중은 2025년 1분기 80.9%에서 4분기 92.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사건 관련 접촉 건수도 266건에서 348건으로 약 30%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5년 4분기 기준 자료 제출·의견 청취가 165건(43.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진술조사 75건(19.8%), 현장조사 43건(11.4%), 디지털 증거 수집 23건(6.1%) 등이 뒤를 이었다. 사실상 공정위 외부 접촉의 대부분이 사건 대응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접촉 대상도 로펌으로 쏠림이 뚜렷했다. 4분기 기준 외부 접촉 대상 중 법무법인 등 법률대리인이 628명으로 74.7%를 차지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 임직원 213명(25.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외부 접촉이 사실상 로펌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로펌 접촉은 합법적인 의견 전달 창구지만, 접촉 비중이 높아지고 전관 네트워크 인식까지 겹치면서 로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공정위 퇴직자 15명 중 11명이 김앤장 등 대형 로펌에 취업했다.

◇외부 접촉 신고제도 ‘강화’ 움직임…“소통 막힌다” 우려도

최근 공정위는 외부인 접촉 신고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접촉을 2회 이상 보고하지 않을 경우 감봉·정직 등의 징계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구체화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작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과 관련해 “내부 기강 차원에서 신고 제도는 다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른바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으로 불리는 이 규정은 2018년 문재인 정부(김상조 공정위원장)때 도입됐다. 전관예우와 청탁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 공정위 직원은 기업·로펌 관계자 등을 만난 경우 5일 이내 시간과 장소 등 접촉 사실을 감사담당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대면접촉뿐만 아니라 전화, 카카오톡 등 비대면 접촉을 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보고 대상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제도 취지와 별개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 접촉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기업과의 소통이 막혀 오히려 공정위가 확보하는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계열사 수나 자산 규모 산정 오류가 발생할 경우, 기업과의 사전 확인이 없으면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시장 상황 파악이나 산업 동향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규정 강화로 로비와 무관한 상황에서도 기업이나 로펌과의 소통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접촉 자체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실제 로비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의심될 경우에는 강한 징계를 내리고, 별도의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장 접촉을 통해 산업·시장 동향을 상시적으로 파악하는 기능을 공정위 내에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 소식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 접촉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 문제가 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파면이나 해임 등 강하게 처벌하는 게 맞다”며 “대신 국정원의 정보관(IO)처럼 공식적인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시장과 동떨어진 판단이 나올 수 있다”며 “공정위는 소회의와 전원회의를 통해 사건을 심의하는 구조여서 로비가 쉽게 통하는 조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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