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재는 이임사에서 “지난 4년은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지난 2024년 말 비상계엄 사태 때를 꼽았다. 이 총재는 “계엄 직후에 해외에서 정말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과거에 해외에 오래 있었던 경험이나 관계 때문에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임기 중 힘들었던 시기로는 2024년 중반 이후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하기 직전을 들었다. 이 전 총재 취임 직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인플레이션 확대를 잡으려 두 차례의 ‘빅스텝’( 0.5%포인트 인상)을 포함, 3.5%까지 올렸던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내리기 위한 시기를 볼 때다. 당시 한은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 부채 확대 등을 경계하며 금리 인하 시기를 재고 있었고, 외부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며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또 지난 20여 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려세운 것과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 도입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 방식을 개선한 점, 구조개혁 보고서를 통해 ‘싱크탱크’로서 한은의 정책 자문 역할을 강화한 점 등을 주요 성과로 언급했다. 특히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구조개혁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도 한은이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우리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한은 총재후보자(신현송)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신현송 체제가 공백 없이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5일 청문회 당일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이후 지난 17일에도 야당 반대로 재경위 문턱을 넘지 못했고 세 번째 시도 만에 통과다. 한은 총재는 장관이나 총리처럼 임명동의안 의결이 필요한 자리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할 경우 신임 한은 총재가 정치적인 부담을 지면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마지막까지 문제가 됐던 것은 영국에서 태어나 1999년 한국 국적을 상실한 신 신임 총재 장녀의 국내 법 위반 문제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신 후보자의 장녀가 한국 국적을 상실한 상태에서 한국 여권을 불법 재발급 받고 이를 사용한 점을 지적했다.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재경위 전체회의에서 “대내외 경제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한은 총재라는 직위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많은 위원님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천 의원이 지적한 부분을 종합의견에 반영하고 추후 현안 보고시 신 총재의 유감 표명 등 의견을 듣는 것으로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