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3] 재취업, 축적의 시간과 신호 보내기

경제

뉴스1,

2026년 4월 21일, 오전 06:15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다가 계약이 끝나고 새로운 일자리를 3개월 동안 탐색하던 친구를 만났다. 3년을 해야 '보'를 떼고 정식 관리소장이 되는데 이제 1년을 했다. 금방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의외로 빨리 안 잡힌다고 했다. 불과 3개월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아주 길어 보일 것 같다. 다행스러운 건 실업급여가 180일간 나오니 관리소장 수습 때 소득의 65% 정도는 받고 있었다.

양재동에서 관리소장을 할 때 고령자들이 아파트에 많이 살았는데, 집을 한 채씩 더 갖고 있었는데도 현금이 크게 부족해 생활이 궁핍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원리금과 세금만 1년에 1억 원 정도 지출하는데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현금 흐름에 크게 애를 먹고 있는 사람도 있고, 반포에 아파트 한 채가 있는데 남편은 치매로 요양병원에 있고 현금은 없어 힘들어하는 사람 얘기도 했다. 고령자 중에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House rich Cash poor·집은 있는데 현금은 없어 궁핍함)가 실제로 많은 것 같다.

본론은, 재취업 시장에서의 구인자(사람을 구하는 자)와 구직자(일자리를 구하는 자)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에는 경제학적으로 각자의 전략이 있다. 구인자는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하겠는데 그 사람에 대한 완전한 정보가 없다. 뽑았는데 일을 성실하게 하지 않거나 엄청나게 서툴게 할 수 있다. 바로 해고하지 못하기에, 구인자는 대충의 기준으로 뽑지 않고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싶어 한다. 자격증도 많이 요구하고 좋은 경력자를 계속 찾아보려 한다. 그래서 구직자는 충분히 뛰어난 경력이 없다면 재취업 시장에서 면접을 많이 봐야 할 운명이다. 이걸 실망할 필요 없다. 시장 구조가 그렇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지난해 10월 14일 열린 ‘경기도 5070 일자리 박람회’를 방문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 뉴스1 이호윤 기자

면접 보고 바로 채용되려면 나이가 젊거나, 필요한 자격증이 있거나, 그 전 관리소장 하던 아파트에서 칭찬이 자자하든지, 경력이 충분해야 한다. 이 위치를 확보하면 중고차 시장과 같은 재취업 시장에서 인기 있는 중고차가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나에 대한 좋은 정보를 충분히 쌓지 못하기에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구인자의 스크리닝(screening)을 잘 통과하기 위해서 구직자는 이 축적의 시간을 잘 견뎌야 한다.

구직자는 축적의 시간을 견딜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구직자는 자신의 정보를 충분히 구인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구인자는 구직자가 신호를 보내오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시그널링(signaling), 즉 '신호 보내기'라고 한다. 신호 보내기를 할 때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터뷰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알려야 한다.

서구 드라마를 보면 '저 사람들은 왜 저리 부풀려 말하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당연한 귀결이다. 퇴직 전 시장은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기에 처음 들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나를 강하게 어필(appeal)할 기회가 없다. 하지만 재취업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나를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

서구인은 동양인보다 연애에 적극적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은 여자들에게 윙크도 자주 한다. 남부의 로맨틱 기질일 수도 있지만 서구인은 일찌감치 경쟁이 치열한 연애 시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동양인은 부모가 정해주는 대로 가니까 상대방에게 자신의 신호를 적극적으로 보낼 필요가 없었다. 동양의 남성들은 편한 결혼 시장에 있었던 셈이다. 서구인들은 무도회 가서 춤도 잘 춰야 하고 테라스 밑에서 낭만적인 시도 읊고 좋은 목소리로 노래도 불러야 한다.

동물도 구애할 때 수컷은 암컷에게 과장되게 신호를 보낸다. 몸을 실제보다 크게 보이게 부풀리거나, 평소보다 큰 울음소리로 노래하거나, 점프나 급가속을 하는 등 과도한 운동 능력을 시연하고, 포식자 근처에서 일부러 눈에 띄게 행동한다.

친구는 25번 서류를 내고 면접을 10여 차례는 봤다고 했다. 필자는 두 가지를 주문했다. 계속 서류를 내면서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인터뷰할 때 겸손한 인상과 함께 나의 능력을 과감하게 나타내야 한다고. 활을 쏠 때 과녁보다 위를 겨냥해야 과녁에 꽂히는 법이다.

은퇴 이후의 노동시장은 공개된 시장에서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곳이 아니다. 중고차로 취급되는 은퇴 후 재취업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차별화하려면, 오래 참으면서 나의 신용도를 쌓아가야 하고, 나에 대한 정보를 과감하게 알려야 한다.

opini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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