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빛난 농심의 '존버'

경제

뉴스1,

2026년 4월 21일, 오전 06:30

인스턴트 라면 종주국인 일본의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편의점 패밀리마트 라면 매대 모습. 해외 라면 제품은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가 유일하다.2026.4.15 ⓒ 뉴스1 황두현 기자

'신라면'과 '참이슬'이 전부였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도쿄 시내 편의점 8곳을 방문해 만난 'K-푸드' 얘기다. 족히 100평은 돼 보이는 미나토구 오나리몬역 사거리의 대형 훼미리마트에도 한국 가공식품은 신라면이 유일했다.

인근 지케이의대 병원 옆 로손 편의점, 시내 중심부인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세븐일레븐에도 신라면이나 툼바, 볶음면이 라면 매대를 지켰다. 일부 편의점에는 참이슬 후레쉬, 복숭아, 멜론맛이 주류 코너에 자리했지만, 다른 한국 식품은 없었다.

일본은 편의점이 단순한 소매점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국가다. 공공요금 납부, 행정서비스 등 갖가지 행위가 편의점을 통해 이뤄진다. 사회적 인프라인 셈이다. 편의점에서 상시에 판매하는 식품은 일본 식문화에 스며든 것으로 여겨진다.

편의점 매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 가공식품 유행의 발신지로도 꼽힌다. 새로운 제품이 매주, 매월 선보이지만 일본 특유의 정교한 문화에 기반해 0.1%의 매출 변화도 분석되고, 선택받지 못한 제품은 이내 자취를 감춘다.

국내 브랜드의 일본 편의점 판매는 K-푸드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지만, 바꿔 말하면 두 제품을 제외한 수백, 수천가지의 국내 식품이 일본 시장에 가로막힌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

인스턴트 라면 종주국으로 가공식품이 발달한 일본은 현지 공략이 난해한 국가로 꼽힌다. 입맛이 섬세하고 까다로워 해외 음식도 현지화하거나 재해석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 어려운 곳이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편의점 패밀리마트의 과자 매대 모습. 킷캣(왼쪽사진 상단)과 프링글스(오른쪽사진 하단)가 있다. 2026.4.15 ⓒ 뉴스1 황두현 기자

성공한 해외 브랜드도 극소수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위스 기업 네슬레의 과자 브랜드이자 지금은 일본 '국민 과자'로 불리는 킷캣이다. 1970년대 킷캣이 처음 일본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영국산 초콜릿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해외 브랜드로, 그저 그런 과자 중 하나였다.

네슬레 재팬은 일본 소비자에 맞춰 1990년대 현지 생산 공장을 연 데 이어 100가지가 넘는 맛의 킷캣을 선보이며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 일본식 발음 '킷토 캇코'가 '반드시 이긴다'는 뜻의 일본어 발음과 유사한 점도 한몫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시장을 노크한 신라면의 사례도 눈여겨 볼만하다. 얼큰한 음식이 드문 일본에서 고유의 매운맛을 고수하면서 '매운 라면' 시장을 개척했고, 한 해 165억엔(약 1500억 원) 넘게 팔리는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30년 전만 해도 일본인이 매운 라면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며 "그야말로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버티는 힘이' 지금의 신라면을 만들었다.

'세 살 아이의 영혼이 100살까지 간다'(三つ子の魂百まで)는 일본 속담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말과 같은 뜻이다. 어디서든 습관만큼 바꾸기 어려운 게 입맛이다. 농심의 '존버'(끝까지 버티기)를 응원한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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