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대상 오른 'N잡 설계사'…보험사 전략 선택 기로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1일, 오전 06:30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직장인 A씨는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부수입 창출을 위해 손해보험사 ‘N잡 설계사’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몇 개월 만에 일을 그만뒀다.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한 뒤 지인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했지만, 인맥을 넘어선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본업과 병행하는 구조에서 추가 영업을 확대하는 데 한계를 느낀 것이다.

금융당국이 N잡 설계사에 대한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 정착률·유지율 등 채널 건전성 지표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챗GPT)


보험업계의 부수 조직 N잡 설계사가 관리 대상에 오르면서 채널 운영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업 채널 다변화와 비용 효율화를 위해 도입된 채널이지만, 금융당국이 정착률과 불완전판매, 계약 유지율 등 주요 지표 점검에 나섰기 때문이다. N잡 설계사는 본업 외 시간에 보험 영업을 병행하는 부업형·비대면 설계사를 의미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N잡 설계사 조직을 운영하는 삼성화재(N잡크루), 메리츠화재(메리츠파트너스), KB손해보험(KB-N잡러), 롯데손해보험(스마트플래너)을 소집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당부했다. 아울러 이르면 이달 말 정착률과 계약 유지율, 불완전판매율 등 판매채널별 효율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N잡 설계사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 강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부업 형태로 운영되는 N잡 설계사의 특성상 정착률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로 꼽힌다. 활동이 단기에 그칠 경우 계약 이후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계약 유지율 저하나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4년 판매 인력이 급증한 손보사의 전속 설계사 정착률은 46.3%로, 시장 평균(55.9%)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N잡 설계사의 경우 본인이나 지인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영업에 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반복될 경우 계약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담당 설계사가 사실상 부재한 ‘고아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를 제도적으로 규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업 설계사와 N잡 설계사를 계약 단위에서 구분하기 어려운 데다, 동일한 자격을 가진 설계사임에도 특정 채널에만 별도 규제를 적용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업 여부를 기준으로 규제를 달리 적용할 경우 동일 자격자 간 차별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일본처럼 자격 수준에 따라 판매 가능한 상품을 차등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이 역시 특정 채널이 아닌 전체 설계사에 적용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잡 설계사는 보험 접근성이 낮은 환경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 채널로 거론된다. 기존 대면 중심의 영업 방식으로는 보험 상품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비교적 유연한 형태의 N잡 설계사를 통해 접점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법인보험대리점(GA)이 주력 판매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수수료 등 사업비 부담이 커진 점도 보험사들이 새로운 영업 채널을 모색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2024년 기준 전속 설계사와 GA 소속 설계사 수는 각각 18만 7000명, 28만 5000명으로, GA 채널 비중이 더 큰 상황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비용 효율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N잡 설계사가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N잡 설계사 문제는 단일 채널의 문제가 아니라 보험사의 영업 전략과 맞물린 구조적 이슈라는 분석이 나온다. 판매 인력 확대를 통해 단기 실적을 끌어올릴지, 장기적인 유지율과 수익성을 고려한 채널 운영을 선택할지는 보험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 전문가는 “N잡 설계사 확대는 보험사가 매출 확대를 위해 선택한 영업 전략의 결과”라며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지율이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널 운영 여부는 결국 보험사의 선택에 달린 문제지만,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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