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데이터 맡기고 애널은 통찰 집중...금융분석플랫폼 도약할 것"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1일, 오전 07:00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한국신용평가가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운 조직 혁신을 통해 신용평가업계 ‘초격차 1등’ 도약을 선언했다. 단순한 평가 비즈니스를 넘어 데이터와 콘텐츠를 결합한 ‘파이낸셜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퀀텀점프 전략의 중심에는 최근 한국신용평가의 선봉장이 된 패트릭 윤 신임 대표이사가 있다.

패트릭 윤 한국신용평가 신임 대표이사. (사진=김태형 기자)


윤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신용평가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신용평가 업무에 AI 도입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로우밸류(저부가) 반복 업무는 AI가 담당하고, 애널리스트는 산업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데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예로 들면 단순 데이터 취합보다 업계 관계자를 직접 만나고 현장의 흐름을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수집하고 해석해야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신평은 ‘1인 1 AI 에이전트’ 체제를 도입해 조직 전반에 AI를 구조적으로 내재화할 계획이다. 데이터 수집과 정리, 반복적인 리포트 작성 등 저부가 업무는 AI가 담당하고 애널리스트는 산업 구조 이해와 리스크 요인 분석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앞서 한신평은 신용평가업계 최초로 연초 AI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하고 AI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모회사 무디스와 동일한 접근 권한을 갖는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업무 전반에 적용 중이다. 이를 통해 코파일럿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글로벌 신용평가사 수준의 분석 역량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패트릭 윤 대표는 “AI를 통해 애널리스트들이 확보한 시간은 결국 산업을 더 깊게 파고드는 데 쓰이게 될 것”이라며 “이는 곧 평가의 질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업무 효율화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기존 신용평가업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패트릭 윤 대표는 “고객들을 만나보면 단순한 평가를 넘어 파이낸셜 인텔리전스(Financial Intelligence·금융정보분석)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와 콘텐츠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BM) 구축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판 블룸버그나 모닝스타처럼 시장 참여자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차별화된 데이터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AI 시대에는 데이터와 콘텐츠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신평은 신규 서비스 출시뿐 아니라 외부 파트너십 강화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패트릭 윤 대표는 “신규 비즈니스는 내부에서 직접 개발할 수도 있고 외부와 협력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전략적으로 필요한 핵심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트릭 윤 한국신용평가 신임 대표이사. (사진=김태형 기자)


그는 이 같은 변화 속에서도 신용평가업의 본질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AI 기반의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기본이 흔들리면 그 변화는 지속될 수 없다”며 “컴플라이언스, 윤리, 독립성, 투명성, 전문성 등 기본 원칙은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중심으로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모회사 무디스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바탕으로 한 평가 역량 강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한신평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역할과 책임이 크다”며 “무디스의 글로벌 기준과 선진 평가 기법을 국내 시장에 맞게 적용하면서도 평가의 독립성과 투명성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 변화 역시 이러한 전략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대표는 “중동 리스크와 미국과 이란 간 긴장, 환율과 금리 변동성 확대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산업 구조 변화까지 겹치면서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인 리스크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한국 시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 속에서 리스크를 분석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다양한 위험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평가 방식도 이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 전달의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시장 환경일수록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며 “AI를 활용해 분석의 속도와 깊이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끝으로 “한신평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독립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신뢰를 지키면서도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경쟁력을 통해 업계 내 확실한 1등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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