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스터빈 대신 엔진"…K-선박엔진 'AI 데이터센터 공략'

경제

뉴스1,

2026년 4월 21일, 오전 07:15

생성형 AI 제작 데이터센터 이미지

국내 선박엔진 업계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바람이 불고 있다. 선박 내 전력 생산에 활용하는 엔진을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육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특히 기존 데이터센터 발전 방식으로 각광받는 가스터빈의 가격이 오르고 납기가 길어지면서 엔진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외국 선박엔진 업체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납품 소식이 들리면서 국내 업계를 향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수주로 이어지기 위해선 엔진 제작 외 발전소 건설과 유지보수에 대한 역량 확보가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 발전 적합' 4행정 포트폴리오 보유 선박엔진 업계 주목도↑
2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329180) 엔진기계사업부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4행정 중형 엔진인 '힘센엔진'을 각종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선박엔진은 주로 2행정과 4행정 엔진으로 나뉜다. 2행정은 피스톤 2회 왕복당, 4행정은 4회 왕복당 1사이클이 완료되는 엔진이다. 출력은 높지만 연료 효율이 낮은 2행정은 대형 선박 추진용 엔진으로, 출력은 낮지만 효율은 높은 4행정은 선박의 발전용이나 중소 선박 추진용으로 쓰인다.

4행정 엔진은 선박뿐 아니라 육상에서 플랜트 등에 공급할 전력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2행정에 비해 회전수(RPM)가 높고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압 등이 미세하게 달라져도 셧다운되거나 데이터가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비상 발전이나 분산 전력원으로서 4행정 선박 엔진이 주목받는 이유다.

데이터센터용으로 자주 쓰이는 가스터빈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가스터빈은 발전 규모가 커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발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너무 비싸고 납기가 길다는 게 단점이다.

가스터빈 기반의 가스복합발전 건설 단가는 3년 전쯤과 비교해 2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납기 역시 미국 기준으로 5년 정도로 길어진 상황이다. 반면 선박 엔진의 경우 수주 잔고가 약 3년 수준이라 가스터빈에 비해 납기를 단축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실제 다수 발주 문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스터빈에 비해 납기가 짧고 소규모 발전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엔진(082740) 역시 데이터센터용 사업 확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행정 엔진을 주로 생산해 온 한화엔진은 올해 생산 설비 확충을 마무리하는대로 4행정 엔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STX엔진(077970) 역시 4행정 엔진 생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선 사업 참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엔진 생산시설(한화엔진 홈페이지 갈무리).

바르질라, 수년 전부터 납품 시작…"레코드 확보 등 시간 필요"
최근 해외 업체 중 가스 엔진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납품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국내 업체들의 기대감도 더 커지고 있다. 핀란드 선박 엔진 업체 바르질라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총 412㎿ 전력 공급을 위한 가스엔진 40대 규모의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실제로 바르질라 수주가 발표된 16일(현지 시간) 이후 국내 선박엔진 업체 주가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엔진 전문 제작 업체들의 주가 상승 흐름이 가팔랐다.

한화엔진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4만 8200원에서 20일 5만 6100원으로 16.4%, 같은 기간 STX엔진 주가는 3만 3850원에서 4만 6200원으로 36.5% 상승했다. HD현대중공업 주가도 49만 3500원에서 52만 4000원으로 6.2% 높아졌다.

다만 바르질라가 수 년 전부터 데이터센터향 엔진 납품을 시작한 점 등을 감안하면 엔진 제작 외 추가적인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발전소 구축, 운영 및 유지보수를 통한 성능 보장 역량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바르질라와 같은 데이터센터향 사업 수주, 운영·유지보수 역량, 트랙 레코드 확보 등은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선 국내 업체들의 시장이 확대하면서 몸값이 높아질 소재임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1096pages@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