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중동전쟁 관련 국내 석유·가스 가격 동향, 주요 업종 영향 및 대응 등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31 © 뉴스1
정부가 최고가격제가 휘발유·경유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상승률 차이가 크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국가별 에너지 정책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흐름에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전쟁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최고가격제 효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외 사례를 근거로 반박했다.
최고가격제 인위적 억제 논란 일축…"유럽·미국과 상승률 비슷"
양 실장은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는) 유럽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상승률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일본, 미국 등 국가별로도 상승 폭에 편차가 있는 만큼 최고가격제만으로 가격을 억누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은 보조금 정책, 세제 구조, 시장 개입 수준 등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최근 국제 유가 변동기 이전과 비교해 휘발유 가격은 35.6%, 경유는 47.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휘발유 17%, 경유 30% 이상 오른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휘발유 18.4%, 경유 25.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휘발유 1527원, 경유 1432원 수준으로 전쟁 직전 대비 각각 7.28%, 9.4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일본의 경우 기존 보조금 외 추가 지원이 이뤄지며 재정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공급망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경유 가격이 리터(L)당 2000원에 근접하는 등 상승 압력도 이어지고 있다. 양 실장은 "휘발유는 일반 소비자, 경유는 화물·물류·농어업 등 생산 활동과 직접 연결된 만큼 유종별 특성을 고려해 최고가격제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4차 최고가격 고시를 앞두고 있으며, 3차 조치가 동결된 상황에서 이번 조정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美, 러시아산 원유 제재 연장에도…국내 정유사들 반응 미온적"
한편 최근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제재 완화를 한 달 더 허용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EU(유럽연합) 제재와 대체 공급선 확보 등을 이유로 추가 물량 수주에 소극적인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양 실장은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한 달 더 유예한 것과 관련해 "처음 제재를 완화했을 때보다 이번에는 (정유사들의) 반응이 더 미지근하다"며 "러시아산 원유의 경우 여전히 EU 제재에 따른 보험·선박 리스크가 남아 있어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5월 물량을 중심으로 대체 공급선도 상당 부분 확보된 만큼, 러시아산 도입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되는 수준"이라며 "나프타 역시 과거 일부 도입 사례는 있지만, 현재는 다양한 공급처와 계약을 분산해 둔 상황이어서 특정 물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양 실장은 전체 수급 문제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일부 계약 물량이 실제 선적되지 못하는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유사 입장에서도 어느 범위까지 물량이 유입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산유국들 역시 재고 부담으로 수출 확대 필요성이 큰 만큼, 향후 일부 물량이 한꺼번에 유입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확정적인 대체 물량으로 보기에는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쿠웨이트, 원유 불가항력 선언…"국내 영향 없을 듯"
전날 쿠웨이트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고객사에 원유 및 정제 제품 선적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전쟁 이후 호르무즈 봉쇄로 쿠웨이트산 원유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가항력 선언은 통제할 수 없는 사정으로 공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계약 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다.
양 실장은 "전날(20일) 저녁 기준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일부 국내 정유사가 쿠웨이트 측으로부터 불가항력 선언을 통보받기 시작했다"며 "이번 선언은 생산 설비 문제라기보다 4월 선적 계약 기한이 도래하면서 계약 절차상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에도 추가 물량에 대해 불가항력 선언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7일 원유를 선적한 국내 선박이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홍해를 통해 한국으로의 운송을 시작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처음으로 우회로인 홍해를 통해 국내로 원유를 운송하는 사례다.
이와 관련해 양 실장은 "국적선사가 홍해 루트를 이용하기 시작하고, 대통령 특사단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의를 통해 원유 추가 도입 물량에 대한 약속을 한 만큼 향후 대체 물량 수급의 주요 경로는 홍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