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에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 ‘입도선매’라고 불릴 정도의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례 없는 공급자 우위 국면에서 초호황기를 길게 가져가고자 범용 제품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수익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GDDR6 8Gb(1GB) 현물 가격 추이.(그래픽=문승용 기자)
이같은 테슬라의 증산 요청은 세계적인 빅테크마저 구조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최근 메모리 기업들은 HBM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배정하고 있는 만큼 PC용 등 범용·성숙 D램의 공급량은 크게 제한돼 있다. 테슬라가 증산을 요청한 GDDR6 D램 역시 지난 2018년 양산을 시작한 9년차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화성사업장 17라인에서 GDDR6 D램을 전량 생산 중이다.
GDDR6 D램은 수요처 확대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GDDR6은 기존엔 게임용 그래픽카드와 콘솔 등에 탑재되는 경향이 강한 제품이었으나, 최근 서버용으로 탑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수요가 견조한 HBM과 비교해 GB당 가격이 낮지만, DDR5 D램와 같은 제품에 비해 데이터 처리 성능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서다. 쉽게 말해 ‘가성비 제품’이라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GDDR6 전체 생산량은 크게 늘리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제품군은 기존 3개에서 3세대 10나노(1z) D램 공정이 적용되는 VF 라인업 하나만 남겨뒀다. 삼성전자가 이번 메모리 초호황기에 들어서며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선택적인 증산’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업계 사정에도 테슬라향 제품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두 회사간 밀월 관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외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테슬라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GDDR6 이외에 테슬라의 자율주행 AI칩 ‘AI5’용 LPDDR5X(저전력 D램) 등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파운드리 공정을 이용해 테슬라의 AI4 칩을 양산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에서 2·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해 AI5·AI6을 생산한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턴키’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대표적인 고객이 테슬라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전략적 사업 운영에 힘입어 호실적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01조624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43조6011억원) 대비 7배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업계 최고 속도의 24Gbps GDDR6 D램.(사진=삼성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