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으로, 자격증 하나로 시작했다”…강소기업 일군 기능한국인 3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4월 22일, 오후 02:34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1977년 광주지방기능경기대회 판금 분야 1위. 같은 해 일반판금기능사와 가스용접기능사 자격을 따낸 소년은 45여년 뒤 자동차 부품을 미국과 멕시코에 수출하는 강소기업 대표가 됐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한 박해성 ㈜왕성테크 대표 이야기다.

박해성 ㈜왕성테크 대표
박 대표는 기아자동차와 부품업체 현장을 거쳐 1995년 왕성테크를 창업했다. 창업 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IMF 외환위기와 거래처 부도라는 이중고를 맞았지만, 용접 가공 중심 생산체계에 머물지 않고 프레스 성형 분야로 사업을 넓히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고강도 철판 용접·프레스 공정의 로봇 자동화 라인을 구축했고, 현재 시트 부품의 60%를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이를 ‘3현주의’, 즉 현장·현물·현실에 기반한 문제 해결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황창순 태양3C㈜ 대표
2월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황창순 태양3C㈜ 대표의 출발점은 더 척박했다. 자본금 200만원으로 청계천에서 1인 창업에 나선 그는 사무실도, 통신장비도, 무역 기반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열수축 튜브 판매에서 케이블 어셈블리로, 다시 의료기기 핵심 부품 분야로 사업을 고도화하며 회사를 키워냈다.

황 대표의 진짜 승부처는 위기 국면에서 나왔다. 중국과 대만의 저가 공세, IMF 외환위기, LCD 백라이트 사업 위기 속에서도 노동집약적 산업에 머물면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초극세 동축 케이블 조립·가공이라는 틈새기술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초음파 진단기용 핵심 부품 ‘프로브 어셈블리’ 국산화에 성공했고, 세계 시장에서 통할 경쟁력을 확보했다. 황 대표는 “꾸준히 한 우물을 파는 장인정신”이 기술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송원호 제일정보통신㈜ 대표
3월의 기능한국인 송원호 제일정보통신㈜ 대표는 정보통신 현장을 발로 뛰며 기술을 익힌 인물이다. 상주공고 졸업 후 통신·영상감시 설비 설치와 운영 실무를 익힌 그는 1995년 회사를 창업한 뒤 CCTV, NVR,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주력으로 삼아 회사를 키웠다.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시장에서 송 대표가 내세운 무기는 “한 번 맡기면 다시 찾는 회사”라는 신뢰였다.

송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AI 기반 지능형 영상감지 시스템, 전자기펄스(EMP) 방호형 영상감시시스템 등 특수 목적 기술 개발에 나섰고, 다수의 특허와 국제인증을 확보하며 기술개발형 정보통신 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장의 요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실용적인 기술을 만든다”는 그의 철학은 단순 시공업체를 넘어 기술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세 사람의 이력은 분야는 달라도 공통점이 뚜렷하다. 산업 위기를 맞을 때마다 기술 전환으로 돌파했고,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자동화·국산화·AI 융합으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또 산학협력, 장학금 지원, 기술 전수 등을 통해 후배 기술인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한 기술인’을 넘어 ‘기술 멘토’의 역할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2일 박해성 대표, 황창순 대표, 송원호 대표를 2026년 1분기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하고 증서를 수여했다. ‘이달의 기능한국인’은 직업계고나 전문대 졸업 후 산업현장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숙련기술인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는 제도다. 2006년 8월 시작 이후 이번까지 총 229명이 선정됐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기능한국인은 끊임없는 정진으로 성공의 문턱을 넘어선 숙련기술계의 본보기”라며 “오랜 시간 기술 현장에서 다져온 열정과 지혜는 국가적 자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년 기술인재들이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등불로서 선배 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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