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사진=뉴스1)
업계는 하림의 진입이 단순 사업 확장을 넘어 SSM 판도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제조 기반 그룹의 가세는 기존에 없던 변수라서다. 실제 SSM 시장은 유통 대기업 4사가 점유율을 나눠 갖는 구도로 장기간 고착돼 왔다. 하림은 육가공을 기반으로 라면·가정간편식(HMR) 등으로 확장해온 만큼 상품 소싱 단계부터 원가 구조가 다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닭고기는 ‘하림 홈플러스’라는 걸 내세워 점포 전면에 신선육·가공식품을 배치해 차별화할 수 있다”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의 약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근거리 장보기 수요 흡수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SSM 사업자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하림이 공격적으로 가격 전략에 나설 경우 대응이 불가피해서다. 예컨대 홈플러스가 선보였던 ‘당당치킨’ 같은 초저가 상품을 하림이 자사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내놓을 경우 파괴력은 한층 커질 수 있다. GS더프레시·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로서는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와 자체브랜드(PB) 확대 압박이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다.
편의점과 이커머스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진 SSM 시장에 새 경쟁자가 유입되면서 ‘메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하림의 자금 동원력도 주목받는 대목 중 하나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 1조 4593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 여력이 충분한 만큼 거래 성사와 인수 후 투자 여력 모두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리스크도 뚜렷하다. 하림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 경험이 전무하다. 특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장기간 회생 과정에서 핵심 인력 이탈과 영업력 위축이 이어진 상태다. 한 SSM 업계 관계자는 “정상 사업을 넘겨받는 구조가 아니라 정상화가 필요한 사업을 인수하는 만큼 의사결정이 어긋날 경우 폐점과 노조 갈등이 동시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노조 색채가 강한 조직이다. 인수 이후 인력 배치 등 조직 조율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림은 ‘장인라면’ 등 제품들을 내놓고도 자체 유통 채널이 없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번 인수로 판매 접점을 확보하면서 기존 SSM 사업자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SSM 시장에 경쟁 모멘텀이 생긴 셈”이라면서도 “제조업 조직이 서비스업을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무리한 조직 개편은 문화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