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책 효과보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세대출이 막히면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주택을 매도하거나,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실거주를 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기존 세입자의 이동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월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집을 매도하거나 집주인이 실거주를 선택할 경우 기존 세입자는 퇴거해야 한다. 이들이 새로운 주거지를 찾는 과정에서 전세대출이 막혀 있다면 월세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집주인이 매도를 미루고 버티기에 나설 경우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선택이 늘어나면서 전세 물량은 줄고 월세 비중은 커지게 된다. 결국 어느 경로로든 임차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몰리는 구조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매매와 전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사이 월세 가격만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대출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월세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막히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결국 월세로 이동하거나 반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월세 수요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단순 투기 수요뿐 아니라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수요와 투기 목적을 명확히 가르는 기준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오히려 정상적인 주거 이동까지 막히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부작용을 의식한 듯 일부 보완책을 함께 검토 중이다. 비거주 1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할 경우 전세대출 만기 연장을 허용하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 낀 매매’를 일부 허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규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거래를 풀어주는 방식이 정책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거주하지 않으면서 전세대출을 활용하는 구조는 투기 수요와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다”며 “시장 왜곡을 줄이고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에 대해서는 예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결국 ‘대출 규제 중심’ 접근만으로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의 초점이 매물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보다 임대차 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전세를 줄이면 자연스럽게 월세가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책의 부담이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